▲ 체화정(棣華亭,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00호)
병산서원을 뒤로하고 우리는 체화정을 찾아 나섰다. 서원 안내소 직원에게 체화정을 물으니 뜨악한 표정이다. 그에 우리는 더욱 뜨악한 마음으로 내비에게 부탁을 하니 30분이면 도착한다고 알려주니 마음 놓고 따라 나섰다. 어디쯤 가는데 내비는 왼쪽에 목적지가 있다면서 안내를 종료한다고 하고서는 들어가 버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연못도 없고 정자도 없다. 그러기를 두어 번 반복하고 나니 체화정이 유령 건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찾아 나서는 길에 만난 소방서에 들러 길을 물었다.
소방서 직원들은 웬 뜬금없는 자동차가 들어오나 싶어서인지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남편이 나가 이러저러했다는 설명을 하자 한 분이 웃음을 띠고 서서 손으로 가리키며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손으로 가리킬 만큼의 거리였지만 한 구비 돌아드는 길이어서 정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우리는 맴을 돌았는데 내비의 착각인지 아니면 우리가 잘못된 주소로 안내를 요청 했었는지 모르겠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체화정은 큰 도로변에 있었다. 주차장도 없어 정자 옆 한 민가가 있는 공터에 차를 멈추고 들어섰다. 더운 날씨의 열기가 가득했지만 한적하고 조용함 속에서 단아한 정자의 기백이 양반스러웠다. 내비도 잘 모르 듯, 안동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안동의 숨겨진 명소 체화정은 조선 후기 진사 이만적(1663 ~ 1744)이 지은 정자로 형인 옥봉 이민정과 함께 살면서 형제의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연못의 반영
연못위에는 수련, 노랑어리연들이 고운 빛을 뽐내며 피어 있다.
한자로 쓰인 정자 이름 체화(棣華)를 안내문이 없었다면 읽지 못했을 것이다.
집에 돌아와 棣자를 찾아보니 ‘산앵도나무 체’ 라고 하니
'체화'를 직역하면 산앵두나무가 빛난다 라고 할 수 있을까?
산앵도나무 꽃은 참 앙증맞고 예쁜데 어떻게 형제의 우의를 나타내는 뜻이 될까
궁금증을 그냥 마음에 품고 정자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보았다.
창호지를 밖으로 바르고 문에 작은 창을 달았다
언뜻 보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감도는 순간 정중동!!을 중얼거렸다
시문 현판들과 달리 커다란 글씨로 쓰인 湛樂齎(담락재) 현판이 눈에 뜨인다.
이 현판은 그 유명한 화가 단원 김홍도의 글씨라고 한다. 어쩜 화가의 그림이 아닌 글씨라니~~
화가는 1786년 안기찰방의 직책을 마치고 한양으로 가던 길에
이곳에 잠시 머물면서 쓴 현판이라고 하는데 진품은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 장소에 진품을 걸어 두었다면 어디 남아 있었을까!
이 현판 역시 ‘형제간에 화합해야만 진정으로 즐겁고 기쁠 수 있다.’ 라는 의미라니
체화정을 지은 사람들의 형제간의 우의가 얼마나 도타웠는지 새삼 궁금하다.
▲ 등자쇠
문을 열어 천정을 향해 걸어두는 장치
벽에는 많은 시문의 현판들이 걸려있었지만 어디 읽을 수가 있을까.
그저 흔적만으로 이 정자의 위용을 짐작해 볼 따름이다.
처마에도 정성이
정자 앞 연못에는 삼신산 (三神산)을 상징하는 3개의 인공섬이 떠 있다.
삼신산은 조선 후기 들어 정착한 중국에서 전래한 개념이란다.
삼신산은 방장산, 봉래산, 영주산를 의미하는데 지금의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일컬음이며
그 당시 선비들이 자연 속에서 풍월을 읊으며 학문을 하는 풍토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전국에 정자가 난립하였다고 한다.
특히 안동과 봉화, 청송, 나주 등 내륙 산간지방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조성되었으며
이러한 학문풍토는 삼신산을 찾아 무위자연 하는 선비들의 자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정자에는 툇마루 형식으로 사면에 빙 둘러져 있으니 퍽 안정감이 있어 좋았다.
걸어 다니며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하기에 참 좋았을 것 같다.
이 툇마루 형식을 계자난간(鷄子欄干)이라고 한다는데
그냥 이 앙증맞은 툇마루에 비 오는 날 앉아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뿐~~
배롱나무의 줄기가 오랜 세월을 지나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자의 지붕, 문, 툇마루, 돌계단 그리고 이 모두를 감싸 안은 듯 서있는 뒷산 모두가 조화롭다.
누구든 마루에 올라설 수 있어 마루에 올라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았다.
정자의 기둥과 배롱나무 줄기가 서로 오래됨을 위로하고 있는듯......
▲ 아궁이
체화정 좌우의 배롱나무는 정자의 지붕을 덮을 만큼 우람했는데
꽃보다 열매를 더 많이 달고 있었다.
주변은 아주 깨끗하게 정리 되어 있으니 더욱 정감이 앞선다.
앵도나무꽃의 꽃말은 ‘오로지 단 하나의 사랑’ 인데,
형제간의 우의를 그렇게나 소중히 지키며 살다가 사람들의 마음결을 느끼며
정자의 툇마루에서 한참을 머물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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