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주어진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것인지 유독 기념일이 많고 기념일에 이어지는 휴일이 연속되니 너나들이 누구나 쉬며 여행하기를 꿈꾸어 보는 달이기도 할 것이다. 의미 있는 날들에 이제는 챙겨주어야 하는 마음 보다는 챙김을 받는 나이가 된 것일까? 받는다는 것에 아직은 익숙하지 못한 나로서는 차라니 베풀어 주는 것이 훨씬 속 편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 요즈음이다.
울 아들들이 어렵게 일정을 맞추어 여행계획을 세웠단다. 처음엔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일정을 잡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와 여건이 겹치면서 결국 제주도에 다녀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나로서는 보름 전에 다녀온 제주도인데… 올해 운수에 제주도에 자주 간다는 설이라도 끼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성인된 아들들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 섞인 기쁨이 잔잔히 밀려온다.
여행을 마련한 아이들에게 보람이 될 수 있도록 동안 여러 번 제주의 풍경 위주로 다닌 시간에서 벗어나 나 혼자만의 테마를 정하고 따라 나서보자고 작정을 했다. 제주에 도착 후, 첫날 첫 일정은 마라도에 다녀오는 것이다. 우리나리 최남단에 위치한 섬, 마라도는 늘 나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된 곳인 만큼 자연적으로는 물론 우리나라의 영역을 알리는 귀한 존재라는 것 말고, 도대체 어떤 섬이기에 천연기념물로까지 지정이 되었을까. 최남단이라면 얼마만큼 외로운 곳일까 하며 한 번 가보기를 꿈꾸어 왔던 것인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9시 50분에 출항하는 마라도행 첫 배를 타기 위해 새벽에 모슬포항을 향해 출발했다. 모슬포항에 도착하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티켓팅을 8시 30분부터 한다고 하니 아직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날씨의 예보였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웠다. 사진 예쁘게 찍으려고 단장한 머리를 모슬포항의 바람이 사정없이 휘둘러 헝클어버린다. 막을 수 없는 바람! 어쩔 수 없이 나의 모든 것을 그냥 바람에 맡겨버렸다. 바람의 머리가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넘 추웠다. 더운 날씨라는 예보만 믿고 옷을 가볍게 입고 나온 것이 후회된다. 할 수 없이 아들의 커다란 바람막이 옷을 입었다. 바람을 막기 위한 바람막이!! 바람으로 인하여 나는 맵시를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 이번 여행의 첫 주제는 바람이로구나!
모슬포는 모슬개의 한자식 표기라고 한다. 모실은 모래, 개는 갯가를 말하는데 모슬포의 모진 바람은 모래가 섞여 날리기에 몹쓸바람 이라고도 한단다. 이 모진 몹쓸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난 나의 멋진 폼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야만 했다. 모슬포에서 30여 분 바다 위를 달려 마라도에 도착!
바람의 왕국이다!
사방이 뚫린 바다에서 온갖 바람이 불어오니 막을 길이 없어라!
그 바람에도 용케도 견뎌온 마라도가 참 대견하다. 섬을 따라 한 바퀴 돌았다.
▲ 모슬포항
아직도 문을 열지않은 터미널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사람들 자태에서 바람결과 추위로 옹송그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 드디어 배를 타고~~
▲ 마라도에 도착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마라도 땅을 딛을 수 있었다.
▲ 마라도의 기암절벽!
헬리콥터는 왜 떳을까!
▲ 마라도에서 바라본 망망대해
▲ 애기업개당
애기업개 처녀당은 비바리당 이라고도 하고 할망당 이라고도 한다. 풍랑을 잠재우기 위하여 애기업개 처녀 제물을 바친 전설은 마라도에 남아 있다.
애기업개당은 수백 년 전 가파도와 마라도에 사람이 살지 않던 시절의 애기업개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곳이다. 모슬포에 살던 이씨 부인은 물을 길러나갔다가 풀숲에서 울고 있는 3개월짜리 어린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아이의 부모를 찾을 수 없었던 부인은 아이를 딸처럼 기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그 여자아이는 열네 살이 되었다. 자연스레 여자아이는 아기를 돌보는 애기업개가 되었다.
어느 해 봄 모슬포의 해녀 예닐곱명이 테우를 타고 마라도로 물질을 나섰다. 테우에는 이씨부인과 남편, 부부의 아기, 애기업개 소녀도 함께 타고 있었다. 물질을 나선지 이레가 지날 무렵, 거친 바다로 인해 물과 양식이 바닥나자 모슬포의 해녀들은 죽을 각오로 섬을 떠나기로 한다. 떠나기로 한 날 아침, 갑자기 바람이 불며 바다가 거칠어졌다. 날씨는 나아지지 않았고 일행은 며칠 동안 섬에 갇히게 된다.
그러던 중 한 해녀가 ‘사람 하나를 두고 가지 않으면 아무도 나가지 못 한다’라는 꿈 이야기를 꺼냈다. 일행은 의논 끝에 애기업개 소녀를 희생시키기로 하고 그녀를 속여 섬에 홀로 남겨두고는 테우에 몸을 실었다. 신기하게도 바다는 더 이상 거칠어지지 않았다.
3년이 지난 뒤 마라도를 찾은 일행은 모슬포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서 애기업개 소녀의 유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외로움과 굶주림에 지쳐 죽은 듯싶은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일행은 유골을 추려 장사를 지내고 당을 만들어 해마다 제사를 올렸다. 그곳이 오늘날 마라도에 남아 있는 애기업개 처녀당이다. 매달 7일과 17일, 27일에 당제를 지내고 바다에서 풍랑이 멈추기를 기원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당집이다. 애기업개는 용왕님의 일곱째 막내딸이었다.
▲ 팔각정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볼 수 있단다.
▲ 우리를 내려놓은 배는 되돌아 나가고 우리에 섬에 갇혔다.
▲ 첫배를 타고왔으니 오늘은 우리가 첫 손님?
그 유명한 짜장면집들이 있는 곳으로 발길들이 향하는데
난 그냥 통과~~
마라도에는 3개의 종교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에 애기업개당까지 합치면 우리나라의 온 종교의 얼이 서린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불교 (기원정사)
▲ 천주교 성당
▲ 기독교 교회
▲ 땅에 딱 붙은 듯싶은 오래된 가옥은 폐가가 되었고..
▲ 장군바위
마라도를 지키는 든든한 수호신과도 같다.
실제로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신성하게 여겨
그 주위에서는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 난 이 쉼터 의자를 바람이 쉬어가는 곳이라 명명하고 싶었다.
돌이라야만 바람에 끄떡 없을테니....
▲ 마라도의 모형
땅위에 누웠다.
▲ 1915년에 설치된 마라도 등대
▲ 멀리 희미하게
왼편의 제주 산방산과 오른쪽의 한라산이 보인다
쾌청한 날씨라면 선명하게 보일텐데..
▲ 마라도 분교
학생이 현재는 한 명, 선생님도 한 분
우리 큰 아이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 참 잘 자라는 식물들!
강한 바람에 맞서듯 줄기가 아주 통통하니 강인해 보인다.
▲ 흰 배 뒤편으로 가파도가 길게 보인다
가파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땅(해발 20m)이란다
지금 저곳에서는 청보리 축제가 한창이라는데...
▲ 쓰레기통도 바람에 날릴까 묶여 있다.
▲ 한 시간동안 마라도를 한 바퀴 돌고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떠나야 했다.
▲ 마라도에서 예쁘게 자라는 꽃들 속에
머리를 바람에 맡겨버린 나를 끼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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