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맡기고 포로수용소유적지를 다녀오니
여행의 흥취가 싹 반감되어버렸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 유명한 바람의 언덕에는 한 번 올라보고 싶었다.
바람의 언덕은 태백에도 있었다.
그곳에서는 멀리 바라만 보았던 곳!
같은 이름을 가진 명소? 아니면 여행지?
이곳 거제의 바람의 언덕은 드라마 촬영이 있어 유명해졌다하니
별 깊은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목적지로 정한 곳이기에 다녀오자고 했다
빗방울은 점점 많아지고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픈 곳을 치료받은 차는 훨씬 부드럽게 움직이며 달린다.
바람의 언덕에 도착, 주차를 하고 우산을 받으며 걸어 올랐지만
비에 섞여 부는 사나운 바람은
우산까지 무용지물을 만들며 내 옷을 적시고 있다.
바람의 언덕은 잔디로 이루어진 민둥산이다.
예전에는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던 방목지로
남해가 시원스레 보이는 곳이라 하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위 풍차의 풍경이 퍽 이국적이다.
그러니까 조금 높이 풍차가 있는 곳과
저 아래 목책이 둘러져 있는 곳을 아울러 바람의 언덕이라고 하나보다.
추워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싶어
풍차와 언덕의 갈림길에서 그냥 되돌아 내려왔다.
아름다운 곳을 아름답게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내 몸이 우선해야하는 요즈음이기에 사릴 수밖에 없었다.
풍차 뒤 검은 나무숲이 동백군락지라 하는데
그 역시 포기하고 말았다.
오르는 계단 길옆에서 제비꽃들이 내리는 비에 몸을 적시고
바람에 휘둘리고 있는 안쓰러움이
그나마 바람의 언덕이라는 명소를 기억케 할 것 같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 비내리는 꽃길을 달려 바람의 언덕으로~~
멀리 해금강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면서 안개가 가로막고 나섰다.
바람의 언덕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을 위해 또 다른 명소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바다위에 길을 냈는데 이왕이면 외국에서처럼
유리로 만들어 스릴을 느끼게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는
내 개인적 생각을 덧붙이며 걷지는 아니하고 바라만 보았다.
그 와중에 유명한 바람의 언덕 핫도그 두 개를 샀다
유명한 것이니 일단 먹어보자 했는데
역시 먹는 것이 남는 것! 먹는 것이 최고인가보다
바람 추위로 덜덜 떨면서 차 안으로 돌아와 먹어보니 맛있다
진정한 맛이라기 보다는
유명세를 타고 알려진 느낄 수 없는 맛이 맛을 내고 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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