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베란다에서 해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것은 군자란이었다.
한데 작년 9월 중순쯤에 두 번째 꽃을 피우더니
올 이른 봄에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지난 늦여름에
꽃을 다시 피우느라 소진한 힘을 채우지 못했나보다고
오가며 잘 자라라는 마음 속 메시지만 전하곤 했는데
오늘 아침 문득 군자란이 꽃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쓰러운 모습의 사진을 찍고 동안 남겨놓은 기록들을 훑어보니
우리 집 군자란은 2년 주기로 (14년, 16년)
9월에 꽃을 다시 한 번 피운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그랬구나~~ 그러느라 지각을 해서 수줍어하는 것인지
좁은 잎 새에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가여워 보인다.
군자란은 줄기가 없고
뿌리에서 잎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꽃도 흙속에서 바로 나오는 듯싶게 푹 파묻힌 양상이다.
어쨌든 제 몫을 해 내려는 모습이 참으로 가상하다
우리는 어느 한 식물을 바라볼 때면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들을 따로따로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지만 이들 서로의 유기작용이 없으면 우리의 육신처럼
그 무엇도 완성시키지 못하는 존재이다.
아름답고 소중한 꽃이 있기까지는
땅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뿌리부터
양분을 올리는 줄기, 잎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제 올라오는 군자란의 꽃이 흙에 묻힌 듯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이는 뿌리에서 직접 올라오는 꽃대이기 때문이다.
답답해 보여 잎을 벌려주고 싶고
가볍게 올라오라고 흙을 털어주고 싶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알지 못하는 내가 어찌 손으로 어지럽히랴 싶어
그냥 그대로 놓아두었다.
한 이틀 지나면 대를 쑥 올리면서 꽃을 보호할 것이리라.
자연섭리에 순응하며 제 몫을 다하는 꽃에 나무에
우리는 배워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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