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가끔 찾아가는 음식점은 폐교를 이용하여 운영하는 식당이다.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곁들인 보쌈 메뉴의 인기가 좋아 늘 붐비는 곳으로
내가 그곳을 즐겨 찾는 이유는 장소의 특이함 때문이다
폐교라는 곳에 정겨움이 앞서는 까닭은
아마도 울 친정아버님 생각이 늘 머무르고 있어서다
학교 이미지가 남아있는 소박한 조경에 어울리게
화단에는 철따라 피어나는 꽃들이 옛 추억과 정서를 불러주기도 한다.
이맘때면 그곳에
영춘화가 피었을 거라는 기억이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으니
먹고 싶지 않아도 한번은 꼭 가 봐야하는 곳이다.
며칠 전, 그곳의 영춘화는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일찍이 피어난 꽃은 마치 봄맞이 연주회에 참석하는 연주자가
연주가 시작하기 전 홀로 외롭게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같았다.
꽃샘추위를 막아주는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시린 손으로 당당하게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노란색의 꽃의 모습이며
이른 봄에 일찍 피는 까닭에 개나리와 혼동할 수 있지만
개나리 보다 보름 정도 일찍 피며, 꽃잎도 6갈래이다.
개나리는 우리의 토종이지만
영춘화는 중국이 원산지로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사계절 중, 봄에 피어
한줄기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삶으로
나머지 세 계절을 잊혀 지내는 봄꽃이지만
그들은 언제나 내 마음에 굵은 한 획을 긋고 지나는 강인함이 있으니
봄이 되면 내 마음에도 선명한 선이 살아나며 꽃처럼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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