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이 춥다는 예보에
껴입고 또 껴입고 나서는데
울 아파트 화단의 매자나무가 아주 환한 모습으로 서있다.
전지당한 몸통줄기에서
아픔을 숨기고 새 가지를 키우더니
어느새 잎 피우고 세월 따라 가느라 물들이고 있다.
썰렁한 곳에서 파르르 제 몸을 떨면서도
다소곳한 고운 빛을 어찌 그리도 내 보이고 있는지
참 가엽다.
행여 누굴 기다리고 있을까.
꽃도 열매도 모두 떠나 버린 겨울에
흰 눈이라도 내리면
행여 제 모습 지워질까
더욱 진하게 진하게 제 몸을 태우며
찾아오는 이 길 잃지 않게 제 몸을 사르며
추위를 이겨내는 묵상에 잠겨있다.
껴입은 옷 하나 벗어 입혀주고 싶은데
맞지 않은 옷을 입을 수 있다며
오히려 환한 웃음을 건네준다.
준 것 없이 밝음을 선사받은 나,
그냥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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