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두 떠난 일요일 오후, 뒷산에 올랐다.
요즈음 울 뒷산은 소나무 벌목으로 참 많이 어수선하다.
어수선함에 놀란 마음인지
진달래꽃들이 아직은 몸을 도사리고 있는 듯싶어 아쉬운데
생강나무들이 활짝 꽃을 피우며 나를 반기고 있다.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난다하여 생강나무다.
이른 봄, 나무들은 아직 빈가지로 으스스한 봄추위를 견디며 지내고
산등성에는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들이 낡아 으스러진 몸으로 햇살을 즐기는 즈음에
노랗게 피어나는 생강나무 꽃은 스스로 진정한 화가가 아닐까
화가는 유독 노랑 물감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썰렁한 산에서 벌 나비의 눈에 가장 잘 띄는 색이 노랑이란다.
어찌 알았을까. 노랑꽃을 피워야 한다는 진리를…
영리하게 계절을 살아가는 생강나무 꽃은 그리움의 빛이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서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그만 아찔하였다.’ 라고 했다.
알싸하고 노란 동백꽃이라고 분명히 쓰여 있는데도
사람들은 이 동백꽃을 빨간 동백꽃으로 생각 하고 말았다.
훗날 많은 사람들의 연구로 글 속의 노란동백꽃은
노란 생강나무 꽃을 가리킨다는 해석이 나왔으니 봄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문학의 주인공이 되어 그냥 그렇게 아무렇게 살아가는 나무 한 그루조차
세인들에게 회자되어 길이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다.
▼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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