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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숨결이 바람 될 때

물소리~~^ 2016. 11. 18. 13:09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책 한 권 읽지 못하고 소일하는 나에게 조바심이 인다. 하릴없이 인터넷서점을 뒤적이다 문득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제목에 눈이 꽂혔다. 에세이집인 줄 짐작하며 서평을 읽는데 그만 내 마음의 불이 지피고 말았다. 동병상린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마음이 동해 또 다른 책 하나와 함께 주문을 했다.

 

오후에 주문완료를 했는데 다음 날인 어제 아침 도착하였다. 서로 간에 배달 속도에까지 경쟁이 붙었나보다. 책을 주문하고 내용의 궁금함을 기다리는 독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나로서는 대 만족이다.

 

젊은 저자 폴 칼라니티는 우리 인간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신념으로 작가가 되고 싶어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여 학, 석사 학위를 받고 또 영국에서 철학 석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폴은 인생의 의미와 죽음의 현상에 깊은 관심으로 성찰하면서 문학의 주된 핵심인 감성을 움직이는 것은 뇌의 기능임을 인식하게 된다.

 

즉 우리는 뇌덕분에 인간관계를 맺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들지만 문학과 철학만으로는 그 의미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음을 깨닫고 뇌를 알고, 분석해 보고 싶어 다시 동 대학 의학 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4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다. 이후 신경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스탠퍼드 병원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아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소명으로 최고의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며 7년간의 힘든 수련의 생활을 하던 중, 수련의 기간 마지막 해인 20135월에 폐암 말기판정을 받는다. 그의 나이 36세였다.

 

작가는 자신이 그토록 연구하며 고심하던 삶과 죽음을 혹독하게 경험하며 어떠한 자세로 임하여야하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정말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다. 항암 치료를 하면서 상태가 조금 나아지자 그는 다시 수련의 생활로 돌아가서 수술을 집도한다. 폴의 주치의는 암에 걸린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하였다. 하나는 모든 일을 접어버리고 환자라는 명분으로 아무것도 안하며 지내는 절망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병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에 더욱 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폴은 후자의 경우였다. 여러 유명 대학과 병원에서는 서로 유능한 폴을 영입하려 최고의 조건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그의 병은 재발하였고 다시는 이겨내지 못할 것임을 본인이 먼저 잘 알기에 그토록 원했던 자신만의 책을 집필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적어나갔다.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라는 의사의 소명을 품고 써 내려간 책에서 나는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하는 일이며 누구나 한 번 겪어야하는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여야하는 초연함을 읽노라니 슬픔이 밀려오기도 하였다. 작가는 안타깝게도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201539일에 숨을 거두고 나머지는 역시 의사인 그의 아내가 완성을 했다. 작가를 지망했던 사람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책 읽기에 저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놀라운 문체와 내용들로 많은 상식을 안겨 주었다.

 

병을 이겨내는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두려워하는 죽음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여한다는 내용에 혹자는 거부반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부 반응을 보이는 내면에는 그만큼 죽음을 더 알고 싶어 하는 우리의 심정이 아니겠는가.

 

나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냉철함을 선물 받은 듯싶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조금이나마 깨우쳐준 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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