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와요' 환영인사
친구가 전화를 한다.
청암산 둘레길 입구 억새밭이 이제 막 멋을 부리기 시작했단다.
친구도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느라 홀가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음에
늘 계절의 감흥을 충분히 느끼지 못함을 아쉬워하는데 모처럼 나들이를 했던 모양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래 내 가까이에도 풍경 좋은 곳이 많이 있거늘…
늘 먼 곳에 대한 그리움만 키우고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지…내 마음을 달래본다.
올 가을에는 내 가까이의 가을을 순차적으로 만나보자며 하나하나 챙겨보았다.
청암산, 철새 탐방지, 공원산, 갈대밭, … 이렇게나 많은데~
금방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온전한 점심시간을 틈타 청암산 입구에 갔다.
우리 지역에도 구불길(久茀길)이라는 명칭으로 11코스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청암산과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은 4코스 구술뫼길이다.
또한 우리 뒷산은 6코스 달밝음길의 일부이니
나는 참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구슬뫼길을 다 걸으려면 3시간 이상이 소요되기에 오늘은 억새밭만 만나고 올 것이다.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조금 흐린 하늘이지만
나만의 계획으로 슬그머니 사무실을 나오니 기분이 좋아진다.
청암산 입구에 도착, 평일이어서인지 주차장은 널널한 여유로움으로
차에서 내리는 나를 반겨주니 이 가을이 참 좋다.
푸른 산이 있고, 맑은 물이 있고, 보라 노랑 빨간 꽃이 있고
그리고 억새가 어우러진 길 위
노란 나비도, 빨간 고추잠자리도 향연의 주인공이 되어있으니
무지개빛 희망과 기쁨이 가득한 곳이 아니던가!
천천히 억새 사잇길을 걸으며 마음의 멋을 부려보아도
누구 하나 나무라지 않고 나를 반겨준다.
억새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걷고 있노라니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라는 가요 가사가 생각난다.
억새의 방언이 으악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억새와 으악새는 하등 관계가 없다.
으악새는 왜가리의 사투리다.
풀과 새, 전혀 일관성이 없는 말인데도
어감이 비슷하니 한 부류로 인식하는 것 아닌가 싶다.
며칠 전 한 음악방송 프로에서 억새라는 말과 왜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억새라는 말의 어원은 르완다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억새”는
르완다어 <yereka + saga> 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집단을 이루며 돋아난 것> 즉, <웅장한 수풀 밭의 풀>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순 우리말의 뜻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르완다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에
한국어의 조상어는 르완다어라고 한다고 하니 놀랍다.
아마도 억새의 절기를 맞이하여 그 뜻을 정확히 알려주고자 했을 것이고
나 역시 억새의 어원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나
지금 나에게는 눈앞의 억새, 그대로만 보일 뿐이다.
청암산 입구의 억새들은 아직은 청년의 푸르른 기상을 품고 있다.
한 달 후쯤 되면 하얀 백발을 나부끼며 의젓할 것이니
이 가을의 진정한 멋쟁이라고 엄지 척! 을 해주고 싶다.
▲ 잔잔한 호수
▲ 억새길
▲ 비행기처럼 날고있는 잠자리가 보일까?
▲ 보라빛 쑥부쟁이
▲ 며느리배꼽
▲ 소나무와 쑥부쟁이
▲ 노랑나비
▲ 고추잠자리
▲안녕~~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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