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亡心으로 遠望한 망경대, 주전골을 걸었다.

물소리~~^ 2016. 10. 18. 11:05






 


작년 오늘은 조혈모채집을 위해 입원해 있었던 시기다.

참 좋은 날들을 병원에서 보내야하는 어설픈 마음을, 내년에는 올해 못한 것을 다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 간절한 마음을 실천하는 길은 오직 낫는 일밖에 없으니, 서운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병원이라는 공간을 이롭게 꾸며가자며 다짐을 했던 슬픈 기억이 있었다. 그 시기를 보내고 일 년이 된 요즈음, 그때의 마음같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는 없었다. 많은 것이 제한되고 그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하지만 작년에 비하면 천국에 사는 요즈음의 기분이다. 내게 주어진 이 천국은 아직은 내가 조심해야하는 조건이 많다며 자꾸만 요구조건을 내세우고 있으니 쓸쓸해진다. 사람의 마음 변덕이 이렇게도 심할 줄 진정 몰랐다.

 

자꾸만 어디로 떠나고 싶고 무언가를 느끼고 싶고 그 느낌을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차오르면서  마음언저리가 서성이며 쓸쓸해진다. 분명 계절의 감각만은 아닐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던 9월 중순 경, 코레일관광으로 부터 문자를 받았다. 1015일에 설악산 주전골을 당일여행상품으로 내놓고 희망자를 모집하기 위한 안내 문자였다. 지금까지 설악산은 3번을 다녀왔고, 갈 때마다 다른 코스를 이용했다. 물론 오색약수도 다녀왔지만 주전골 코스는 아직 미답지였다. 더구나 주전골 계곡의 단풍이 정말 좋다는 기사를 더러 보았기에 일단 신청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신청을 해 놓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국립공원공단은 설악산 남설악망경대코스를 46년 만에 개방하여 46일 동안만 등산객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발표를 했다. 아니!! 이럴 수가!! 오색약수에서 올라 망경대를 거쳐 다시 오색으로 내려오는 일방통행으로 개방한다니!!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날 망경대를 보고올수도 있겠구나 하는 지레짐작으로 내 마음은 펄쩍뛰며 좋아한다. 46년만의 개방이라니!! 얼마나 많은 신비함의 얼굴을 보여줄까!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경우로 신청은 해 놓았지만 가겠다는 확실함으로 기다렸다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기다림으로 마음의 허전함을 다독이며 지내는데 출발 3일을 앞두고 코레일관광 안내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기차여행으로 모집을 했는데 지금 철도파업이 진행 중이어서 기차출발이 어렵단다. 하여 버스로 대체를 하려고 하는데 참석여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살짝 실망감이 덮쳤지만 가겠다고 승낙을 했다. 관광버스의 처참한 사고가 연일 뉴스 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사고가 있었기에 더욱 안전을 기하는 경우일 것 같은 기대감으로 마음의 걱정을 눌렀다.

 

우리지역에서 우리를 마지막으로 태운 버스는 150시에 출발했다. 버스는 리무진으로 좌석이 편안했다. 버스 좌석이 꽉 찼으니 역시 설악산은 위험도 감수하며 불러들이는 매력을 지닌 우리의 명산임이 틀림이 없다. 버스에서 잠을 자라고 일체 차내의 조명을 끄고 버스는 잘도 달린다.



 

▼ 정동진역에서

 


 


 


 

 


 


 

 



새벽 450분에 정동진에 도착! 우리에게 일출을 볼 수 있는 7시까지 시간을 주었다. 차에서 내리니 세상에나! 여기저기 대형관광버스가 진을 치고 주차전쟁을 치루고 있었고 환히 불이 켜진 음식점들은 이른 손님들을 받느라 분주했다. 진풍경이었다. 어둡기도 하거니와 춥기도 하니 일단 음식점에 들어가 아침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어둠이 가시기를 기다렸다. 강릉의 유명한 초당순두부를 시켰지만 별 맛이 없었다. 그래도 관광특수를 노리며 노력하는 주인네의 깔끔한 정성에 반 그릇을 먹었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정동진역은 일출을 보려는 많은 사람들이 해안선을 따라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왜 우리들은 무엇을 찾아 나서고 또 만나야하는 마음들을 지니고 태어났을까.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정동진이라는 역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정 풍경이 되어있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만든 풍경이 있으니 자연은 우리 인간을 이겨보려고 더욱 꾸미고 아름답게 치장하며 우리의 우위를 달리고 있음이라고 때마침 지나는 무궁화열차가 대신 말을 전해주고 있었다.

 

해무일까? 안개일까? 하늘은 점점 불그스레해지고 있었지만 둥근 해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우리 가이드는 시간에 조바심이 났는지 서둘러 버스에 탑승하라고 뛰어 다니고 있으니 안쓰럽기도 하다. 결국 일출을 보지 못하고 차에 올랐다. 그렇게 마악 출발하고 한 귀퉁이를 돌아서는데 홍시감 같은 주황빛을 머금은 해가 보인다. 아! 해는 이미 올라와 있었지만 안개에 가려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가이드가 말하길 일 년 365일 중 정동진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은 60여일뿐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우리는 경우의 수에 들지는 못했지만 대다수의 경우에 속했으니 그리 서운해 할 일은 아니었다.


 

▲ 망경대 가는 길 입구

 

 

▲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선 기다림의 줄~~

 

 

▲ 앞줄은 화장실 순서를 기다리는 줄

1시간 거리의 망경대길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한다

3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화장실 다녀옴은 필수!

 

▲ 위 사진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 앞이다.

우리는 기존탐방로를 따라 걸으려고 용소폭포탐방센터에서 내렸지만

줄을 선 사람들이 선녀탕있는 곳까지 늘어서 있었으니!!

막말로 도떼기시장 같은 설악산 계곡이었다.

 

 

1시간 동안, 우리의 탐방코스 시작점인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를 향해 달렸다. 구불구불 산길은 온통 차들로 가득했다. 차창으로 스치는 산의 위용이 감탄을 연발케 했지만 아직 단풍은 제 빛을 다하지 못하고 꼭꼭 안에 숨겨둔 듯싶다. 우리의 원래 코스는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서 주전골을 지나 오색 약수터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1시간 20여분이 소요되는 코스였지만 3시간의 여유를 주었기에 나는 나 혼자만의 계획으로 그 시간동안 충분히 망경대를 오를 수 있겠다 작심하고 있었다. 망경대의 하산지점도 오색약수, 우리의 하산지점도 오색약수이기 때문이었다.

 

오색약수가 가까울수록 차들은 점점 많아지고 우리는 우리가 내려야 할 지점을 훨씬 지나서야 차를 돌려 다시 내려와 하차할 수 있었다. 가이드는 차들이 계속 밀리고 있으니 하차 시간을 신속히 해 달라고 부탁한다.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 내린 우리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마도 전국에서 다 모여들었나 보다. 오전 8시부터 망경대 가는 길을 입산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도 중간에 없다하니 화장실 줄 역시 길고도 길었다. 내가 생각해도 1시간 20분 동안의 길을 걷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3시간 정도 될 것 같았다. 도저히 내 혼자만의 작심을 실천할 수가 없는 상황! 우리의 가이드는 망경대 가는 것은 네버! 절대! 안된다며 우리 일행들을 원래 코스대로 주전골계곡을 향해 내려가도록 출석을 부르고 부르며 체크하고 있었다.



망경대를 亡한 마음으로 遠望만하고 우리는 주전골로 내려서기 시작했다.

 

 

 

 

 

 

나 역시 포기하고 말았다. 망경대를 가 보려면 텐트치고 자면서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46년 동안 숨어 지내며 숨어온 비경은 무엇일까. 어떤 모습일까의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46일 동안만 개방한다는 조건이 더욱 보고픈 마음을 부추기는 것 같았다. 원래 이곳은 개방지역이 아니었는데 몇 해 전 흘림골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그곳을 폐쇄하였단다. 그러자 오색지구 상인들이 흘림골을 폐쇄하면서 줄어든 관광객으로 생계에 많은 타격을 받고 있으니 망경대길을 단풍철만이라도 개방해 줄 것을 요구했고 국림공원공단에서 그 요구를 받아 들였다고 한다.


▲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지만 주전골계곡은 말없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 아, 이 사람들의 행렬!!

등을 보인 사람들은 내려가는 사람들!

앞을 보고있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사람들!

 

 

 

 

 

 

▲ 용소폭포

참으로 맑은 물빛은 모든 것을 그대로 품어주고 있었다.

 

 

▲ (^+^) 여전히 이어지는 행렬~~

풍경은 말없이 내려다보며 넉넉함을 내려주고 있으니~~ 

 

 

 

 

 

 

 

 

 

 

 

 

 

 

 

 

 

 

 

▲ 위 지도의 빨간점선부분이 산사태로 인한 폐쇄구간

우리는 금강문을 지나 선녀탕 방향으로 걸었다.


▲ 폐쇄된 구간의 탐방로가 사람들의 발길을 그리워하는 듯싶다.

 

▲ 가까이 할 수 없는 산의 자태가 더욱 멋져보이나니!! ▼

 

 

여행이란 무엇일까? 꼭 몸을 움직여서 만나는 새로움을 만나는 일만이 좋은 여행일까? 혹자는 말한다. 태어난 곳에서 그냥 살아가도 모든 걸 알 수 있고 익힐 수 있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서 바람에 계절에 실려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삶의 여행이 있는데 우리는 모두 직접 찾아나서 만나고 확인하는 여행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실천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인생살이가 아닌가. 아픔을 겪은 후, 내가 해 보지 못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회한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다리는 사람들에 좁은 계곡길의 반을 내주고 나니 내려가는 우리의 코스 역시 반밖에 길을 차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길가의 자잘한 모습들을 바라볼 수도 없거니와 사진을 찍고 싶은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다. 이제 막 시들어가는 꽃에 사진기를 대고 있으면 어느새 뒷사람이 어서 갑시다하며 말을 건네 온다. 나 원 참~~

 

 

▲ 작살나무의 열매

 

 

▲ 금강문

북쪽 금강산에도 이런 문이 있어 빨간 궁서체로 금강문이라 새겨 놓았더랬는데.....

 


▲ 이름모를 꽃이 진 모습

거미줄이 함께 놀고 있다.



 







▲ 산국을 발견하고 광속도로 셔터를 눌렀다!!



▲ 큰 나무 하나가 계곡으로 굽어져 있다.

내 눈에는 멋지게 보이는데 나무는 얼마나 힘들까.








▲ 드론이 하늘을 날고 있다.

아마도 망경대 오르는 사람들 모습을 취재하는 듯싶었다.



▲ 거대한 바위산과 계곡의 바위앞에 우리 사람들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부디 힘을 실어 주소서!!!!




▲ 흔하디 흔한 이고들빼기도 설악산의 고들빼기는 특별함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주전골을 이루고 있는 계곡의 물과 주변의 나무와 산은 말없이 우리의 모든 것을 품어주고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설악산 한 귀퉁이 이었지만 아낌없이 다 보여주며 우리의 모든 것을 받아주고 있었다. 맑은 계곡의 청아한 물빛은 금강산의 많은 沼의 물빛과 같았다. 기묘한 괴암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모습을 읽어달라며 오랜 동안 갖은 풍상을 다 겪고 있었다. 이 주전골계곡도 난생 처음이었으니 망경대의 46년 만의 나들이와 견줄 만 할 것이다. 같은 산줄기를 타고 있으니 곁을 지나온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생의 첫 경험을 한 것이었다.

 

보는 것, 듣는 것, 즐길 것들이 영상을 통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신비의 그 무엇을 늘 갈망하면서 시간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내의 시간 끝에 빚어낸 그 무엇을 만나면서 각자의 고단함 삶과 또 앞으로 닥칠 보이지 않는 고단함을 이겨내기 위한 소망의 행보일 것이니 46년 만에 얼굴을 보이는 자연을 마주하며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망경대를 遠望하며 돌아온 하루였다.

 





▲ 생강나무도 열매를 맺고 있었다.





▲ 선녀탕 ▼



▲ 독주암










▲ 누리장나무





▲ 조릿대

 


▲ 오색리 삼층석탑 ▼



▲ 꽃향유



▲ 서어나무일까?







▲ 이제 오색약수터에 도착.

나는 이 다리를 건너야하고

망경대를 오르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건너편 초소 앞으로 내려오고 있다.


▲ 또 무슨 줄?  아! 오색약수를 구하기 위한 줄이었다.


 



▲ 종이컵으로 긁어모아 페트병에 담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약수는 그만큼의 물이 고여 있으니!!




▲ 약수터 옆의 쑥부쟁이는 튼튼할 것 같은데

오히려 빈약해 보였다. 좋은 약수를 사람들에게 몽땅 양보해 주었나보다.

 


 

▲ 주문진항에서 설악에 이별을 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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