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연꽃이 무성하다
작년 이맘때면 걷기조차 힘들어
이곳을 와 보지 못했었다.
작년, 아니 재작년에는 연잎 몇 잎만 겨우 떠 있었는데
일 년 동안 이렇게 많이 번식을 하고 꽃을 피웠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줌을 당겨보았지만
연꽃은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먼 불빛에 자꾸만 제 얼굴을 부셔한다.
세상에서 꽃피고 꽃 지는 것이 어디 연꽃 뿐 이랴만
진흙 속에서 피어남을 유독 반겨하는 까닭은
지금 나, 진흙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서 환하게 피어나
나의 계절을 마무리하고 싶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여름에 무엇이 중헌디? (0) | 2016.07.27 |
---|---|
善일까 惡일까 (0) | 2016.07.16 |
섬광처럼 떠오른 생각 (0) | 2016.07.08 |
아름다운 달(7월, 月)이여 (0) | 2016.07.01 |
난 참 행복한 사람 (0) | 2016.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