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은 찰스다윈이 생물의 진화론을 주장하며 지은 책으로 이 학설의 핵심주제는 자연선택은 진화의 원천이고 다양성은 진화의 방향성이다. 이 소설의 같은 제목을 대하면서 과학적인 소설? 하며 궁금해 했지만 딱히 읽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몇 년 전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7년의 밤' 이라는 저자임에 갑자기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회한다.
주인공 유진은 태생부터 원하지 않는 삶이었다. 형과 1년 터울로 태어남은 엄마가 원치 않은, 뜻밖의 임신으로 하마터면 세상 구경도 못하고 없어질 뻔 했던 탄생이었다. 똑똑하고 잘난 형과, 과묵하면서도 행동반경이 짧은 유진은 늘 비교 대상이 되어 자란다. 어느 해 여름 가족 여행을 갔다가 형이 물에 빠져 사망하고 그 형을 구하려 뛰어든 아빠마저 사망을 하고 만다.
우연히 형과 함께 있었던 동생 유진의 행동에 의심을 가진 엄마는 혼자 된 아들 유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급기야 유진의 이모, 엄마의 동생인 정신과 의사에게 간질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먹으며 생활한다. 그에 반발한 유진은 몰래 약을 먹지 않는 날을 만들고, 그 때마다 제 몸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자신을 병자로 인식시키며 묶어 생활하게 하는 엄마와 이모에게 반항심을 키우며 살아간다.
어느 날 횡단보도 앞 도로구간에서 갑자기 밀려든 두통으로 잠시 교통의 흐름에 방해를 주었던 것 같다. 그에 한 여성 운전자는 차창을 내리고 “개놈아, 눈구녕에 오뎅 박았냐." 하는 쇠 된 소리를 지르고 간다. 은연중 복수심? 분노로 가득 찼지만 이미 떠나 버린 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또 다른 어느 늦은 밤, 한적한 길에서 그 비슷한 언행을 다른 남자에게 하는 것을 보고 그 여인을 무의식적으로 살해한다.
그 죽음(살인)이 실마리가 되어 자꾸만 그 사건에 끼어드는 엄마, 이모, 그리고 해진까지 유진은 죽이고 만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유진의 마음을 분노에 휩싸인 악의 감정이라 여겼다.
예전에 김형경의 사람풍경이란 책을 읽을 때, “분노는 전형적으로 사랑의 뒷면이어서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거나 애착의 감정을 박탈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억압된 분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는 말을 메모해 둔 기억이 난다.
유진은 그렇게 엄마와 이모로부터 오직 확실치도 않은 병을 지닌 사람으로만 취급을 받았을 뿐 아니라 부모로부터 당연히 받아야했던 진실한 사랑을 거절당한 분노를 자기도 모르게 키워왔던 것이라 말하고 싶다.
유진이 지녔던 그 분노의 근원은 가족으로부터 나왔다. 형의 죽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오직 유진의 잘못으로만 인식하고 그 근본을 유진의 질병으로 낙인 시켰던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모든 것은 유진을 그렇게나마 인정하고픈 엄마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억지는 유진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음이니 스스로 분노를 억압 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은 정당한데 그 정당함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의 분노는 악의 형태로 표현 되는 것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화해 가는 생물의 특성은 모두 자신에게 유리함을 선택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 선택이 분노의 근원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어쩌면 유진의 분노는 엄마로부터 기인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주제가 아닌가?
나 역시도 生物이라 여겨지니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혹 누군가에게 분노의 근원을 심어주고 있었음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아 보며 책장을 덮는다.
죽이고 싶을 만큼 마음에 안 드는 놈을 지금껏 사랑하는 것처럼 길러 왔을 줄은. 혈압이 수직으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p 97)
▲ p 97
▲ 책 뒤 표지에 실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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