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채식주의자

물소리~~^ 2016. 5. 24. 12:51

 

 

 

 

 

 

   주말에 내려온 아들이 책 한 권을 사주었다. 맨부커상을 받아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는 채식주의자다. 일찍이 10 여 년 전의 작품이었는데 상을 받음으로 다시 부상하니 명예란 무릇 상에서 비롯됨인가? 아니면 무지한 내가 미처 진가를 못 알아보았던가.

 

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구입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사준다. 기특하다. 그 책을 독서대에 올려놓고 밤새 읽었다. 독서대 또한 아들이 준비해준 것이다. 병원 무균실에서 사용하라고 사 주었는데 무균실에는 반입이 안 되어 요즈음 집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 정말 책 읽기에 참 안성맞춤이니 밤 새 앉아 읽었지만 눈높이가 맞아 편안한 마음과 자세로 읽을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 책에는 3편의 글이 실려 있다. 1편씩 각기 읽으면 단편이 되지만 연이어 읽으면 장편이 되는, 나로서는 구성부터 새롭게 보이는 책이었다.

 

1편 ‘채식주의자’ 의 이야기는 주인공 영혜의 이야기 (2004)

2편 ‘몽고반점’ 의 이야기는 영혜의 형부 이야기 (2004)

3편 ‘나무불꽃’ 은 영혜의 언니 이야기다 (2005)

 

1. 영혜는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에게 다리를 물렸는데 그의 아버지가 그 개를 오토바이로 끌고 다니면서 죽인다.  그 죽은 개를 동네 사람들과 함께 먹는 장면이 뇌리에 깊게 박혀 육식을 멀리하고 채식주의자가 된다. 그 무서움들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니 영혜는 단순한 채식자라기보다는 지독하게 육식을 거부하며 몸이 말라간다. 모처럼의 가족모임에서 아버지는 폭력을 가하며 억지로 영혜 입에 고기음식을 들여 넣지만 영혜는 급기야 과도로 손목을 그으며 반항한다. 피를 흘리는 영혜를 그녀의 형부가 업고 병원으로 달린다. 치료 후 영혜는 정신병원으로 간다.

 

2. 영혜의 형부는 화가다. 지독히도 생활력이 없지만 아내인 영혜의 언니는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며 남편의 부족함을 채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현모양처.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그림 작업에서 늘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데 채워지지 않는 조바심,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그런 찰나 아내로부터 처제(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해답을 찾은 듯, 골몰한다. 자신이 찾아 헤매던 그 이미지는 바로 처제였던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기위해 정신병원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는 처제를 찾아가 작품을 완성하고 예기치 않은 열정으로 말미암은 일을 낸다. 언니는 온전치 못한 동생 영혜가 혼자 사는 것이 염려스러워 동생의 집을 찾아간 날, 우연찮게 남편과 동생의 일을 목격하고 말았다.

 

3. 그녀, 영혜언니는 동생이 다시 입원한 정신병원을 찾아가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고,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서부터 무너졌는가의 끊임없는 회의에 잠긴다. 자신이 목격하고 겪으면서 허물어져버린, 모든 일들을 막을 수 없었음에 의문을 던진다. 동생은 정신병원에서도 계속 음식을 거부하면서 종일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고 병원관계자로부터 듣는다. 영혜는 나무가 되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손이 뿌리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가면 나무가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동생 영혜와의 함께한 삶을 반추하면서 동생을 이해했다. 그녀가 그토록 이해하고 존경하며 보살피려했던 남편의 행위를 조금은 이해하며, 사심 없는 욕망의 시선으로, 예술의 혼으로 바라보며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이 세편 글의 주인공 중 어쩌면 가장 고통을 받은 주인공은 그녀, 영혜언니가 아닐까. 동생은 병으로 모든 것을 잃어가고, 남편은 떠났지만 자신은 끝까지 남아 스스로 무너지는 자신을 바라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쩌면 나일 수도 있고, 책 읽는 모든 독자일 수도 있으며 이 글의 작가 자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쑤~~ 우리 가락  (0) 2016.06.28
벽광나치오   (0) 2016.06.02
울 아버지 TV에 출연 하시다.  (0) 2016.05.14
안중근 의사 서거 106주년  (0) 2016.03.26
해질 무렵  (0) 2016.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