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달밭골에서

물소리~~^ 2016. 6. 23. 14:22

 

 

 

 

달밭골이란 명칭은 달이 밝아 달밭이라 하기도하고,

깊은 산속에서 일구어낸 작은 밭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음에 붙여진 명칭이라기도 한다는데

괜히 달 밝은 산골짜기의 상상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이다.

 

 

 

오전 10시 30분경부터 초암사를 지나 달밭골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자락길 1구간 중 일부분이다. 소수서원에서 시작하여 죽계구곡, 초암사, 달밭골, 비로사, 삼가동주차장까지 13km에 달하는 제1자락길이지만 나는 오늘 초암사에서 부터 달밭골 까지만 왕복하기로 한 것이다.

 

풍기는 소백산맥이 남쪽으로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고을로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 중의 한 곳이다. 십승지는 전쟁이나 재난이 일어날 때 피난을 가면 안전하다는 열 군데의 지역을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곳 풍기는 한국전쟁 때 북쪽 사람들이 피난해와 정착한 곳으로 평양냉면과 풍기인견이 유명하다. 평남지방에서 명주공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이곳에 내려와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한 것이 시초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풍기인견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다.

 

지금부터 468년 전 , 퇴계 이황선생은 이곳 풍기군수로 재임하면서 죽계구곡을 따라 걸으셨다하니 같은 길을 걷는 감회가 남다르다. 퇴계선생은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아름다운 풍경에 절로 이는 마음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써 보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본다. 이처럼 소백산 자락길은 자연,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곳으로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뽑힌 7곳 중 한 곳이다.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 전해주는 공기가 정말 깨끗하고 조용하니 삼림욕을 절로 하는 듯싶다. 계곡을 건너게 해주는 다리는 계속 달밭골 표지를 알려주며 거꾸로 샘을 해 나가고 있다. 왼쪽에서 벗을 하던 계곡은 다리를 건너면 어느새 오른쪽 어깨에 맞닿아 동무를 자청하고 나서니 좌우로 눈을 돌리며 침엽수림이 품어내는 피톤치드의 좋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본다. 비로봉까지 올라가는 초입구간의 등산로이기도한데 트레킹수준의 편안한 길이다.

 

걷는 내내 내 의식에서 퇴계선생을 초청해 아들에게 전해주신 좋은 말을 새겨듣기도 하였다. “너는 전혀 독서를 하지 않으니 한숨이 나고 유감스럽다. 허송세월을 많이 하는구나. 비록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어찌 독서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고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근엄하신 선비의 면모만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어쩜 우리와 똑같은 심정으로 아들에게 훈계를 하시니… 정말 인간적인 면모에 참 안심을 했던 마음이었었는데 아마도 이 계곡이 주는 부드러움에서 하신 말씀만 같다.

 

다시 다리를 건너고 울창한 숲을 만나는가 싶으면 또 다시 다리를 건너 우거진 풀숲을 지나기도 한다. 살짝 돋는 땀이 나를 대견스럽게 한다. 잠시 길가 돌에 걸터 앉아보니 나뭇잎을 뚫고 내려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초록햇살이다. 초록향기를 듬뿍 안은 바람과 계곡의 초록빛 물이 참으로 깨끗하다. 움직임 없는 바람결, 쉼 없는 물소리, 간혹 들려오는 새소리는 조금치의 모남이 없이 조화롭다. 어느 누구도 이곳에서는 근심걱정을 버릴 것이니 마냥 착해지고 싶기만 하다.

 

1시간 30분 쯤 걸은 지점에서 달밭골 가는 마지막 다리인 1번을 만났다. 이쯤에서 난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갈 것이다. 무리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결코 짧지 않은 길이다. 다리위의 나비 한 마리가 마치 나를 환영 나온 듯싶지만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한다. 내가 많이 건강해졌다는 믿음이 가득하다. 자락길을 타고 노니는 바람이 실어주는 이별의 향기가 참 좋다.

 

 

 

 

 

▲ 노루오줌

 

 

 

 

▲ 초록잎에 물든 초록햇살

 

 

 

 

 

 

 

 

 

 

 

 

▲ 달밭3

 

 

▲ 조록싸리

 

 

 

 

 

 

 

▲ 기린초

 

 

 

▲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상봉한 칡넝쿨

 

 

▲ 참조팝나무

 

 

▲ 산중의 작은 밭

 

 

▲ 밭의 주인이 사는 집?

 

 

 

 

▲ 살짝 비켜둔 사이로 그냥 걸어 들어가고 싶다

 

 

 

 

 

 

▲ 마지막 다리 (달밭 1)

 

 

 

 

▲ 산중의 개망초는 빛깔도 곱더라~~

 

 

 

 

 

돌아오는 길에  소수서원에서 40 여분 거리에 있는 

도산서원에 들려 퇴계 이황선생의 자취를 다시금 새겨보았다. 

 

▲ 언제 바라봐도 참으로 단정한 도산서원 前景

 

 

 

▲ 우람한 왕버들 자태도 여전하고

 

 

▲ 굽어 자라는 향나무도 여전히 우리들의 안식처처럼 다정하다.

 

 

▲ 시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