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약식(藥食)을 만들며

물소리~~^ 2016. 6. 14. 22:42

 

 

 

 

 

 

 

 

   요즈음 사극을 재방송으로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티비를 거의 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병원생활을 자주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기 위해 아들이 다운받아 놓았던 것들을 양파, 마늘의 껍질을 벗기며 보게 된 것이다. 며칠 전까지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편을 보았다. 그 시대에 그토록 정의로운 소신으로 삶의 진정한 가치를 펼쳐 나간 선조들이 계셨음에 퍽이나 뿌듯한 마음이었다. 드라마 말미에 몸이 허약해진 선조에게 별식으로 궁녀가 가져다 준 약식을 먹고 왕은 그만 위중해지고 끝내 사망한 장면이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는데 의외로 쉽게 죽음을 맞이하는 왕의 모습에서 조금은 허탈감을 느꼈다. 왕은 병환 중으로 기력이 약해 있을 때였지만, 맛있고 소화가 잘되는 찹쌀로 만든 약식을 먹고 죽음에 이르다니약식은 藥食으로 병을 낫게 하고 이롭게 하는 음식이란 뜻이라는데하여 왕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누구나 가졌을까? 이를 두고 후세인들은 혹시 독살이 아니었을까 의문점을 갖고 있었음을 드라마는 잘도 풀어 나가고 있었다

 

며칠 전, 뒤 베란다를 정리하다 많은 양의 찹쌀이 오랫동안 묵혀있음을 발견했다. 언젠가 친정어머님이 주신 것이었는데 병치레하느라 그냥 그대로 놓아두고서 챙겨보지 못한 것이었다. 살펴보니 다행히 아직 벌레는 슬지 않았기에 급히 소진하고자 했지만 양이 많으니 그 또한 걱정이 되었다. 떡집에 가서 찹쌀을 가져오면 떡을 해 줄 수 있느냐 물었더니 세상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처럼 공임이 더욱 비쌌다. 문득 이 기회에 약식을 한 번 해보자며 덤벼들었다.

 

옛날의 약식(藥食)은 왕을 비롯해 상류층이 즐기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허기야 백성들은 찹쌀이 없어서도 못 먹었을 것이고 대보름날이나 큰 잔칫날이나 대하는 음식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약식 같은 한식을 참 좋아하는 편이기에 젊었을 때는 곧잘 해 먹었지만, 약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을 언제부터인가 까마득 잊고 지내온 것이었다. 하니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약식이 될지 심히 염려스럽다. 다행인 것은 밤, 대추, 잣 등이 냉장고에 있었고, 참기름· ·간장의 양념 등도 있었으니 마음 다잡고 바로 만들기 시작했다

 

초저녁 산책시간에 한시간 반을 더한 시간동안 불린 찹쌀에 양념을 골고루 섞어 압력솥에 넣고 영양찜 기능으로 30분을 잡아주고 하릴없이 앉아 이렇게 끼적이고 있는데 어느새 약식이 다 되었다는 신호가 울린다. 참 편한 세상이다. 기대를 가지고 얼른 밥솥을 열어보았지만 빛깔에서부터 살짝 실망이다. 조금 더 진했어야 되는데, 맛은 그런대로? 며칠 입맛이 다시 떨어져서 걱정했는데 약식이 내 입맛을 당겨 줄 것으로 믿어본다. 보은(報恩) 음식으로 나누어 먹어야 하는데 나는 내 입맛만을 챙기고 있다. 솜씨 없는 것을 어찌 나누어 줄 수 있을까. 며칠 반복해서 해보아야겠다

 

약식은 본래 평소 신세를 진 사람들과 나눠 먹는 보은(報恩) 음식이었다. 약식의 유래는 고려시대 후기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 사금갑조’(射琴匣條)에 나와 있다. 신라 소지왕 10(488) 정월 15, 왕이 절에 가던 중 까마귀가 봉서(封書)를 줘 열어보니 금갑(琴匣, 거문고 상자)에 활을 쏴 두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을 살리는 것이 낫다고 왕이 시행하지 않자 내시가 두 사람은 백성이요 한사람은 필시 임금님을 의미하오니 봉서대로 하시라고 간청해 금갑에 활을 쐈더니 그날 밤 모반하려던 신하와 궁녀가 죽고 왕의 목숨을 건졌다. 이에 왕은 까마귀에게 보은하기 위해 까마귀 털빛의 약식을 만들어 까마귀에게 대접했다. 이 시기부터 정월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도 부르고 약식을 해 먹는 풍습이 생겼다. -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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