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곡우에 녹아 내리는 연둣빛 상념

물소리~~^ 2016. 4. 22. 08:59

 

 

 

 

 

 

봄꽃이 파르르 지더니

연초록이 얼른 바통을 받으며 봄의 행진을 시작한다.

저 연한 연초록은 얼마만큼 달려가다

초록에 바통을 넘길까

너무 고와 늘 함께 있고 싶은 것들은

그리움 한 조각 남겨두고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인가 

풍년을 약속하는 곡우 절기에

잔잔히 내리는 비를 맞는 나무들도

덩달아 물을 쑥쑥 올리며 제 몸에 빛을 더한다.

한 나무, 한 가지에서도 빛깔을 달리하는 연둣빛이

꽃보다 아름답다 말함은 꽃에 대한 배신의 마음일까? 

아름드리나무들은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우뚝 서서

나뭇가지의 연초록의 재롱을 받들어 주고 있으니

나뭇잎들은 마치 단체 무용을 하는 舞童들처럼 귀엽기만 하다. 

이른 아침, 구불길 한 가닥을 청해 천천히 걸으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나무 위를 쳐다보노라니

내 안의 짓궂은 상념들도 연초록에 버무려지며

맑은 기운을 안겨주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여 진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우산으로 가린 내 모습을 누군들 볼 수 있을까? 

행여 바람이 보았을까?

비에 녹아내리는 연둣빛을 머금은 옷을 걸치고

방울방울 물방울을 구슬삼아 몸에 걸고

봄이 보여주는 안무를 따라하는 내 흥을

바람조차 따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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