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계절상 소만(小滿)이었다.
천지만물이 생장하며 온 세상을 꽉 채우는 시기,
이 좋은 시기에 우리 뒷산 초입의 대나무가 누렇게 변한 채 시들하다.
사철 푸른 잎은 물론 꼿꼿한 기상으로 뭇 선비들의 사랑을 받는 몸인데
왜 제 몸을 누렇게 변하게 했을까.
옛날 이 무렵을 보릿고개라 하여 식량이 떨어져 힘든 시기였는데
행여 대나무에게도 그런 시기일까?
푸르러야할 시기에 혼자 누렇게 서 있음이 의아하지만
알고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대나무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제 막 솟아나는 죽순에게 영양분을 보내기 위해
제 몸을 돌보지 않는 까닭이란다.
마치 산모가 태아에게 영양분을 보내느라 빈혈이 일어나듯
제 몸의 영양으로 죽순에게 젖을 먹이 대나무~ 진정한 모성애가 아닌지…
이 안쓰러운 모습을 죽추(竹秋)라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는 참으로 묘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대밭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기며 행여 죽순이 솟았을까? 기웃거린다.
우리에게 계절의 별미를 안겨주는 귀한 먹거리지만
대나무의 고충을 생각하며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 자세로
계절의 길목마다에 가득한 삶의 귀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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