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쥐똥나무 밑을 지나노라면
나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립니다.
향기로운 향이 내 코끝을 스치기 때문이지요.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도 투정부리지 않고
자신의 향이 좋다고 자랑도 하지 않는 쥐똥나무를 보며
문득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사는데 조금 힘들어하는 며느리에게
자신의 카드를 건네주며 사고 싶은 것 사라고 했대요.
달래주고 싶은 마음, 자식에 대한 사랑이겠지요.
그 마음에서 묻어나오는 향을
어찌 쥐똥나무의 향에 비하겠느냐마는
불평하지 않고 자신의 분수만큼 나누어주는 마음은
늘 향기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지요.
살아가는 일은 향기를 지니는 일인가봅니다.
진하든 아니든
향기를 낼 수 있음은 나에게 내려지는 축복일진대
나에게는 무슨 향이 얼마만큼 스며있을까요
곁에 서있는 나에게서 향을 맡아보았느냐고 쥐똥나무에게 묻고 싶네요.
▲ 작은 꽃잎들이 쉼없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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