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파트 주차장에 이르는 뒷길로 들어서면 제법 많은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한 나무가 모과나무다. 어제 저녁 그 길에서 초록빛이 감도는 모과나무의 수피가 벗겨지고 있음을 보았다. 모과나무는 꽃이 지면 수피를 절로 벗겨낸다고 하였거늘~ 마치 산모가 출산 후 고생한 몸을 새롭게 변신하듯 여겨진다.
어찌 이토록 한 치의 빈틈없이 살아가고 있을까!! 한참을 이리저리 바라보노라니 묵은 껍질을 벗겨내고 있는 나무가 무척이나 가려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벗겨내야 한다면 참아야할 것이라고 일러주며 미동 없이 묵묵히 제자리 지키고 있음은, 나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행처럼 여겨지니 괜히 숙연해지는 내 마음 안으로 해질녘의 운치까지 가득 담아 들어온다.
가을에 익은 열매의 모양과 크기가 참외와 닮았다 해서 ‘나무에 달린 참외’ 라는 뜻의 목과(木瓜)가 변해서 모과가 되었다고 한다.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 장미의 유전자가 있어서일까. 수줍은 새색시의 두 볼처럼 붉으스름한 앙증맞은 작은 꽃은 열매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쁜 모습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모과를 보고 세 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못생긴 열매보고 한 번 놀라고,
향기로운 은은한 향에 또 놀라고,
열매의 떫은맛에 다시 놀란다는 것이다.
모과는 떫은맛이로도, 매우 두꺼운 세포막의 단단함으로도 맨 입으로 먹을 수 없지만 그래도 쓰임새가 많아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 나의 제일가는 관심은 이 나무의 수피다. 정말 예쁘다. 초록색인 듯싶은데도 안쪽으로 갈색이 스며있는 껍질이 벗겨진 후, 상처처럼 남은 얼룩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윤나는 매끈함으로 치장하는 수피의 예쁨을 정말 나는 좋아한다.
열매의 못생겼다는 강한 이미지 때문에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로 이 나무의 전부를 덮어버리는 일은 너무 억울하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매력들을 얼마나 많이 숨기고 있는지를 알아야한다고 나무는 은근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한다. 외모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 한다. 각자가 지닌 숨은 매력들을 찾아내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고… 나무에서 따서 맨입으로 먹을 수는 없지만 두고두고 삭혀 먹을 수 있는 맛과 향을 건네주는 모과처럼, 그런 내면을 지닌 사람들이 이 사회를 말없이 지켜내고 있음을 알아야한다고 알려준다.
▲ 모과꽃
▲ 모과
열매 사진이 없어 인터넷에서 빌려왔다.
여태 열매사진 한 장 보관해두지 않고 모과나무를 논하는 나부터
모과와 나무를 홀대하고 있었음은 아니었는지......
'꽃과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에 뜨는 노란 별, 돌나물 (0) | 2016.05.23 |
---|---|
마삭줄, 꽃의 지혜 (0) | 2016.05.22 |
마음의 멍을 풀어주는 보약 같은 찔레꽃 (0) | 2016.05.18 |
리기다 소나무 (0) | 2016.05.16 |
화려하여라! 큰꽃으아리 (0) | 2016.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