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꽃과 나무

마삭줄, 꽃의 지혜

물소리~~^ 2016. 5. 22. 12:35

 

 

 

 

▲ 마삭줄

 

 

실로 얼마만인가~ 아침 산을 올랐다.

며칠 전, 다리의 힘이 풀리면서 넘어지며 왼쪽 무릎을 다쳤다.

시큰함과 아픔이 계속되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뼈나 관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단다.

그럼에도 시큰함은 오래 갈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걷는 즐거움마저 빼앗기는 것 같아 심히 불편하던 차, 무릎보호대를 하니 편안하다.

무언가에 의지하여 편안함을 얻는 일에 이젠 뻔뻔스럽게도 익숙해진 것인가?

 

아침 6시가 채 안된 시간임에도 계절의 시간은 한낮처럼 환하다.

살금살금 오르면서 맨 먼저 찾아간 곳은 마삭줄의 군락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소 많은 개체가 꽃을 피웠지만 헤싱헤싱하다.

진한 향기를 맡고 싶어 마스크를 벗고 가까이 다가갔지만 왠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나처럼 아팠을까? 아님 소나무 등을 베어내는 소란스런 기계음에 많이 놀랐을까

해쓱해진 모습이다.

 

그런데 이름이 마삭나무도 아니고, 마삭꽃도 아니고 왜 마삭줄일까?

마삭(麻索)’이란 삼으로 꼰 밧줄을 뜻하는 말인데 이는 덩굴성 식물임을 알려준다.

옛사람들의 생활에서 물건을 묶을 때 요긴하게 사용하던 줄을

산에서 쉽게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덩굴성 식물들의 줄기였다고 한다.

마삭줄 역시 삼밧줄대신 요긴하게 쓸 수 있어 붙여준 이름이라니 조금은 익살맞다.

 

내가 이 꽃이 피는 때를 알 수 있음은 이 꽃이 전해주는 진한 향기 때문이다.

무리지어 피어있을 때 전해오는 향기는 이 숲을 다 적실만큼 흥건하다.

그에 향까지 얼마나 향기롭고 좋은지....

 

마삭줄이 덩굴성이라는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하나의 특성은

땅위에서 절로 자라는 것은 꽃을 피우지 아니하고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살아가는 마삭줄은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마삭줄은 자기가 감고 오르는 나무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기대고 살아가는 나무를 꽉 조이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은혜를 저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지혜는

우리 인간들을 위로하는 삶의 지혜가 아닌가 여겨지니

약에 의지하고, 무릎보호대에 의지하며 보내는 내 일상에 한줄기 빛처럼 쏟아진다.

 

가지 끝에 핀 다섯 장의 하얀 꽃잎이 완전히 뒤로 젖혀지고,

가장자리가 안으로 휘어진 모습은 팔랑개비 닮은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나에게 저희들의 지혜를 날려 보내줄 것만 같다.

꽃을 바라봄만으로도, 향기만으로도 좋은 것을~~ 지혜까지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