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아마도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소나무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소나무는 그리 강하지 못한가 보다. 지난겨울 내내 우리지역 산의 소나무들은 재선충 침해로 무참히 베어 나가고 그야말로 산은 민둥산이 되어버렸다.
소나무들을 베어 버리기 전에는 살충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그 살충제로 어쩌면 더 이로운 모든 것들을 죽여 나갔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까? 마치 암치료약이 정상적인 몸 세포까지 다 죽이는 것처럼!하여 거대한 수술을 시행하듯 소나무들을 베어냈다는 나만의 느낌에 마음 아프다. 내 아픔에 비유되면서 산을 오르는 내내 남아있는 소나무들에 눈길을 주면서 위로의 마음을 보내기도 했는데, 줄기에 싹을 틔워 마치 목걸이 장식이라도 한 듯 멋스럽게 서있는 리기다 소나무를 만났다.
배고프고 헐벗은 시절 우리의 산은 민둥산이었다. 나무가 없는 산은 비가와도 간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흘려버림은 물론 산사태도 빈번했다. 그 결과 물 부족으로 농사마저 어려웠으니 산에 나무를 심는 일이 급선무였다. 하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리기다소나무를 미국에서 들여와 심기 시작했고 리기다 소나무는 빠르게 번식을 해 나갔다.
같은 소나무 종류인데도 우아하고 멋진 자태로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리기다소나무는 촌부처럼 수더분한 인상을 준다. 가지도 들쑥날쑥할뿐더러 무늬도 예쁘지 않은데 그 줄기 아무데나 싹을 틔우니 참으로 복잡하다. 그런 복잡함은 수다스럽기만 할뿐 땔감 외에는 쓸모도 별로 없지만, 해충들을 이겨내며 잘 자라 산을 푸르게 한 공이 큰 나무다.
하지만 이제는 배고픈 시절도 아니고 치산치수의 덕을 보고 있음인지 경제적 가치가 없는 리기다 소나무를 홀대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베어낼 것이라고 몇 년 전 산림청이 발표한 것 같은데 지금 우리 뒷산은 재선충으로 베어나간 잘 생긴 소나무 대신 또다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못생기고 강한 속성이 맞춤하게 제몫을 해내고 있음이다. 어쩌면 지금 독한 약이 휩쓸고 지나간 내 몸속 어디에서도 동안 팽개쳐진 그 어떤 강한 성분이 있어 지금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상에 쓸모없음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아무것도 없을진대 두루 살펴보며 챙겨주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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