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느 날 아침
에움길을 돌아 내려오는 길은 나에게 보약 같은 길이다.
나날이 짙푸름을 더해가는 초목들이 한없이 정겹고
이제 한창 피어 주렁주렁 달린 아까시꽃의 낭창거림의 밑을 지나노라면
금방이라도 꽃 한 송이 툭! 떨어져 향기로 나와 동승할 것 같으니
이보다 신나는 일은 없을 것,
그냥 아까시 하얀꽃에 이끌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흥얼거리며
내림길을 스르르 내려와 편안한 길에 이르니
한 무더기 찔레꽃이 길가에서 아담스런 자태를 보이고 있다.
어쩜~~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맞은편 주말농장에서는 한 뙈기의 밭주인이
무언가를 열심히 심고 있는지 쳐든 엉덩이만 보이는데
찔레꽃들이 그 모습을 보고 키득거리는 것만 같다.
일하는 모습의 맞은편에서 앉아서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하얀 마음들이 보인다.
그 순하던 하얀 마음이 내 인생에서도 있었던가.
있었다면 이제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을 거라고 여겨지는 까닭으로
우울해지던 멍든 마음이었는데
이 순박한 꽃 앞에서 그냥 멍이 풀어지고 말았다.
하여 이 순간이 나에게는 보약인 것이다.
▼ 몇 년 전에 찍은 붉은 찔레꽃
( 요강바위 이야기) ☞ 클릭 http://blog.daum.net/panflut0312/348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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