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오솔길
4월 초파일,
참 많이도 분주함을 알려주는 날인데도 내 마음은 자꾸만 쓸쓸해진다.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한 소망을 달아놓은 연등들의 가지런함 속에 내가 끼일 수 없어서라고 나를 위로해 보지만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쓸쓸한 마음은 실로 오랜만에 뒷산을 오르게 한다. 허전함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나의 길임에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그저 그리움만으로 내 마음을 전하곤 했었다.
숲길에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훅 끼쳐오는 숲 내음에 절로 마음이 동동거린다. 그래 이렇게 좋은 것을… 서로 자리를 바꾸려는 계절의 몸짓들이 눈에 보이는 듯싶고, 살짝 흐르는 바람 한 줄기는 나와 이 숲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인 듯 내 발걸음을 성큼 끌어당긴다. 검은등뻐꾸기는 반갑다며 여전히 짓궂은 인사를 건넨다. 산비둘기의 구구구 소리도 정겹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나비들이 많이 날아다니고 있으니 이 모두가 나를 환영해 주는 것 같으니 그동안 내 좁아진 마음이 미안해진다.
저쪽 호수공원에서는 무슨 행사를 하고 있는지 확성기를 타고 들려오는 소리가 오히려 객쩍게 들리는 이 작은 숲의 고요함이 참 좋다. 조금 올라야하는 힘듦으로, 넓은 공간이 없다는 조건으로 대중들에게 가려져 있기에 나의 오솔길을 오롯하게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다. 아, 정말 참 좋다. 일 년 중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요즈음의 산은 최고로 고운 자태다. 심산유곡은 아닐지라도, 거창한 등산복 차림이 아닐지라도 오를 수 있는 나의 뒷산에서 늘 내 마음을 헹구고, 자그마한 일일지라도 나에게 이어진 인연들의 어려움이나 아픔이 있을 때라면 이 숲속 모든 것들에 바램을 청하곤 했었다.
그 정성스런 마음들이 어디로 갔을까. 그 마음들을 가지런히 걸려있는 연등 하나의 간절한 마음에 감히 비유할 수 있을까. 수없이 던진 나의 정성들이 있었음에도 아픔으로 보답을 받은 듯싶음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시킨 마음이 있었기에 초파일의 커다란 의미에도 무심히 지나가는 것 같아 부끄럽다. 설령 나를 위한 베품을 받지 못했다한들 나를 존재케 한 모든 것들에 베풀고 안아주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숲길은 알려주면서 더욱 나를 채근하고 있다.
나무, 초목, 잔잔한 꽃들, 이 모든 것들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주지 않았다. 꽃들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어느새 열매를 맺으면서 자신들의 본분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어쩌다 뒤처진 꽃들은 수줍게, 민망한 낯빛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음지쪽의 나무들은 이제야 꽃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거스르지 않고 받아들이며 순응함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무엇도 기다려 주지 않는데도 나는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아쉬움을 늘 간직하며 살았다.
살아가며 만나는 그리움의 요소들은 빠르게 사라져 가는 것, 그들을 아쉬워할 것이 아닌, 내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깊이 새기며 내 아픈 마음을 기대도 좋은 그런 나만의 오솔길을 베풀어주신 자비의 마음을 받았다.
▲ 국수나무
▲ 선밀나물 열매
꽃은 몇 번 보았지만 열매는 처음 만났다.
부처님 오신 날의 선물~~
▲ 마삭줄
행여나 꽃이 피었을까 조심조심 찾아가니
아, 겨우 한 송이 피웠을 뿐 수많은 봉오리들을 맺고 있었다.
내 이들을 만나러 와야하니 마삭줄은 한 송이 꽃으로 나를 위한 초대장을 보냈음에...
▲ 흙위의 마삭줄은 꽃을 피우지 않는다는데....
싱싱한 새 순이 정말 곱다.
▲ 노박덩굴
아, 지금의 저 모습에서 주렁주렁 열린 가을날의 빨간열매가 보임에...
노박덩굴도 나를 초청하고 있으니 내 어찌 이 오솔길에 무심할 수 있을까.
▲ 멍석딸기
▲ 노린재나무
▲ 세상에~~ 떨어진 오동나무꽃이
길섶의 풀위에 얌전히 올라 꽃인냥 앉아있네!!
엉뚱한 모습에 그만 웃고 말았으니.. 귀여운 것~~
▲ 덜꿩나무도 꽃을 버리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 찔레꽃
열매를 맺고 있음에 조금 서운했는데
숨어있는 꽃송이가 수줍게 나타난다.
새벽에 만나면 꼭 우윳빛처럼 진한 흰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곤 했었는데..
여전히 곱구나!!
▲ 씀바귀
헤벌어진 매무새면서도 단정함을 지니고 있음에 다시 쳐다보곤 한다
▲ 나의 정상이자 반환점.
▲ 땅비싸리
▲ 산딸기
▲ 리기다 소나무
▲ 탐스런 아까시 꽃
▲ 우리 뒷산 때죽나무
음지쪽이어서 이제야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주렁주렁 본분은 여전히....
▲ 지칭개
▲ 단풍나무들도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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