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청산도와의 번개팅

물소리~~^ 2016. 5. 9. 17:18

 

 

 

 

 

▲ 새벽 5시 무렵의 완도여객선터미널

 

 

오월, 가정의 달이다.

평상시 같으면 슬렁슬렁 넘어갔을 날들이 올 해는 온통 나에게 쏠려있으니 조금은 부담스럽다. 그냥 온 식구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고심 끝에 청산도에 다녀오자는 계획을 세웠다. 나와 남편은 두 번을 다녀왔지만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금연휴를 맞이한 시기의 그곳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때문인지 배편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하고 선박관계자와 어렵게 통화를 하니 한 방법을 알려 주신다. 6시 첫배는 승선할 가능성이 있는데 새벽 4시 경에 나와 기다리면 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신다. 현지인들을 위한 표를 남겨두기 때문에 여유분이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여 우리는 일단 6일에 완도를 향해 떠났다. 완도에서는 마침 장보고수산물축제가 열리고 있었으니 그 소란함 속에 절로 섞이고 말았다. 완도를 한 바퀴 돌아보고 일박을 한 뒤 새벽에 완도여객터미널로 향했다. 차를 초저녁 일찍이 청산도행 줄에 주차를 해 놓고 7일 새벽 4시에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차 뒤로 벌써 23대의 차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낯선 지역의 희붐한 새벽빛아래의 풍경이 그나마 여행의 멋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우리는 예매가 아니었기에 편도 배표만을 구할 수밖에 없다. 돌아올 때는 청산도에서 나오는 배의 틈새?를 이용해야 한다는 불안함이 있지만 일단 입섬에 성공했다

 

 

▲ 완도타워에 오르는 길의 불빛이 어제의 내 발걸음을 밝혀주는 듯싶다.

 

 

▲ 4코스 시작점을 알리는 표시판

무조건 이곳부터 시작한 청산도 기념

 

 

 

 

되도록 빠른 시간에 섬을 돌아보자는 생각이었지만 한 두 시간의 방문으로 한 지역의 역사를 헤아려본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임에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오늘 번개처럼 다녀야 한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것들에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고 나선 섬이 어느새 자체로도 빠르게 변화 하고 있었다. 도청항의 푯말이 그러하고 사이사이 걸어 다니는 길의 변화가 그러했다. 섬은 아마도 이런 변화의 마음으로 나의 번개팅에도 응해주었을 것만 같으니 객쩍은 마음이 조금은 사라진다.

 

청산도라는 섬에 의지해 살았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풍경이 되었고, 그 풍경을 찾아 나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하는 섬사람들의 고단함도 이 섬이 품고 있는 애환일 것이다. 아침 7시가 조금 못되어 도착한 섬은 바람으로 먼저 우리를 맞이하였다. 쌀쌀했다. 짧은 시간 안에 서로가 필요하고 궁금했던 곳을 만나고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청산도에 초면인 아들들을 위해 아빠가 길잡이 역할을 담당했고, 난 두 번이나 왔던 곳에서 똑같은 길을 걸었으니 오늘만큼은 걷지 않은 길을 택하고 싶어 나만의 일정으로 섬 둘레길 4코스 낭리길을 선택했다. 4코스 시작점인 읍리해변방파제 앞에 나를 내려두고 차는 부릉 떠난다. 4코스 마지막지점인 권덕리 마을에서 1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다.

 

갑자기 밀려오는 한적함에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풍경들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난다. 낭길은 낭떠러지길이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이 섬에 11코스의 길이 있지만 이 4코스의 길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전지식도 있었기에 주저 없이 선택한 길이기도 하였다. 1.8km의 짧은 길이 50분 소요된다는 안내문도 보았다. 참으로 아늑하고 아담한 길이었다.

 

그러면서도 신비스런 길이었다. 산 속의 길이었다가 해변의 길이기도하고 잠시 딴 생각을 하다 눈을 들어보면 바다 속의 길인 듯싶으니 좁다란 바닷길을 따라 걷는 길은 편안하고 마냥 좋았다. 내 발자국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는 잔잔한 풀, 그 사이로 방긋방긋 피어있는 골무꽃을 보았고 내 어깨 높이의 다정한 나무들을 만났다. 낭떠러지에 겨우 기대어 자라는 가냘픈 소나무들의 자태도 멋있었다.

 

이 중간 어디쯤을 주민들은 따순기미라고 한단다. 따뜻한 곳을 뜻한다는 참 정겨운 지명이다. 거친 해풍을 막아주는 곳에 널찍한 바위가 있으니 어민들은 이곳에서 잡아온 생선들을 말리곤 했단다. 바다 가운데에 작은 배를 띄우고 양식을 돌보는 모습도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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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걷는 일은 육지를 애타게 바라는 마음을 체험하고픈 일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이지만 내 걸음 뒤에는 종종거리는 일상이 늘 따라 다니고 있음이다. 오늘 이곳에서 나갈 수 있어야 아이들의 일상에도 차질이 없고, 나도 내일 친정어머니 만나는 시간을 지킬 수 있다. 누구도 하루 동안에 11코스를 다 걷지는 못한다고 한다. 돌아가는 배 시간 때문이란다. 나 역시 그러한 시간 때문에 선택한 코스의 길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이러한 시간을 주신 나의 주변 모든 것에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 참으로 아담한 길~~

 

 

▲ 돌 위에도 방향표시를 해 두었다.

 

 

 

▲ 이른 아침 청초한 낯빛으로 날 반기는 골무꽃

 

 

▲ 앗!! 낭떠러지!!

설마 날 떠러트리지는 않겠지~~

 

 

 

 

 

▲ 바닷가 답게 등대풀이 밤새 불을 밝힌듯 아직도 낯빛에 생기가 어려있다.

 

 

 

 

땅비싸리

아, 천사님이 밤새 이 길을 청소한 비짜루를 살짝 놓고 가셨나?

 

 

▲ 바다길인가, 숲길인가

아찔한에 내 마음은 더욱 동동거린다.

 

 

 

 

 

다정큼나무가 앙상한 소나무를 다정스럽게 안아주고 있구나.

 

 

 

 

 

 

 

▲ 아찔한 해변가를 바라보며 자라는 갯장구채

 

 

 

 

▲ 바람구멍이라고 하였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따듯한 바람이 나온다고...

 

 

 

 

예덕나무가 길위의 손님들에게 예와 덕을 갖추라고 예쁘게 치장한 모습으로 안내하고 있다.

 

 

 

▲ 해풍을 맞고 자란 청미래덩굴이 탐스럽다

 

 

▲ 너럭바위에 잡은 생선을 말리곤 했던 곳,

그래서 어민들은 따순기미라고 불렀다고 한다.

 

 

▲ 한 발만 잘못 디디면???

 

 

▲ 이름모를 꽃?(개쑥부쟁이)

 

 

▲ 4코스 마지막 지점을 알려주고 있네~~ 아쉬운 마음~~

 

 

멍석딸기가 멍석을 깔아주며 수고했으니 쉬어가라고 청한다.

 

 

 

 

▲ 권덕리 마을의 돌담

돌담은 거주공간을 가려주기도 하고, 바람도 막아주지만

 바람의 소통으로 더욱 굳건해진다고 하였다

 

 

장딸기

 

 

▲ 이곳은 분교가 있던 자리로 폐교되었음을 알려주는 표시석

 

 

▲ 정갈한 샘터

 

 

 

▲ 구들장 논

청산도의 특별함이었다.

구들장논은 계단식 다랑이논과 는 전혀 다른 형태의 논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이곳 청산도 구들장논은 인공적으로 자갈을 깔아 통수로를 내고, 그 위에 전통온돌에 쓰이는 얇은 구들장을 놓은 뒤 진흙과 마른 흙을 순서대로 입혀 벼를 심는 논이다.

 


 

▲ 돌담위에서 자라는 송악

 

▲ 마을 앞에 세워놓은 조형물

 

 

 

 

 

▲ 참새 한 마리가 우리를 지켜 보고 있었다. 심심했나 봐~~

 

 

▲ 빨간선의 길이 4코스 '낭길' ~ 내가 걸은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