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작가의 창

물소리~~^ 2016. 1. 21. 13:25

 

 

 

 

 

 

늘 머리맡에 산행할 옷을 챙겨두고 잤었다. 눈 뜨면 갈아입고 나서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풍경 속으로 들어갔던 내가 요즈음은 그 풍경들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하염없이 서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 풍경이라고, 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풍경들이라고 믿었는데 이제 관조하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허지만 이렇게 바라보기만 한다 해서 더 멀어지는 풍경이 아니었다. 내가 미처 만나지 못했던 나무들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너무 친숙해서 관심 밖에 있던 풍경들이 신선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그나마 자유로움을 찾을 수 있는 창밖의 풍경들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던 터, 한 권의 책 서평을 지면으로 만났다. ‘작가의 창’ 이었다. 확 관심이 끌리면서 인터넷 주문도 시간이 아까워 가까운 서점에 가서 구입했다. 책 표지도 창처럼 만들어져 있고 작은 글씨의 부제가 ‘글쓰기의 50가지 풍경’ 이었다. 책 읽기에 도전한 것이 얼마만인가!! 읽기도 전에 마음이 풍요로워지니 내가 정말 정상인 같았다.

 

작가라면 어떠한 형태든 개인 글쓰기 공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만의 생각을 추슬러 문자화 하기위한, 그런 이유로 남의 시선들에 방해받지 않기 원하는 그런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글만 쓸 수는 없을 터, 때론 글의 맥락이 막히기도 하고,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고통의 시간을 경험할 것이다. 그럴 때 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아니면 모든 생각들을 날려 버리고, 단순한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작가들의 심리적인 면을 관찰하고파 또 다른 작가들의 창밖이야기를 썼으며 이를 우리 작가가 번역해 놓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에게 익숙한 작가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하여 어떤 작가는 어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는 흥미보다는 그냥 막연히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마음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읽었다.

 

이스라엘의 젊은 작가 에트카르 케레트는 “글을 쓸 때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요소가 내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라고 말한다. 즉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 주위 환경이 글의 재료가 된다는 말처럼 창밖을 바라보며 창작? 아니며 영감을 받는 마음을 기대해 보았는데 의외의 평범함이었다. 호젓한 공간에 머물면서 때론 소통을 희구하는 마음도 있었고, 경계하는 마음도 있었다.

 

창밖 풍경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구나 요즈음의 나에게 퍽 호기심으로 다가온 책, 기대만큼의 큰 충만함은 없었지만 호기심만큼은 채워준 책이었다.

 

아침에는 굴뚝에 황새가 한 마리 찾아와서는 내 방을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쳤고 또 이해했다. 그는 내 하늘이고, 나는 그의 땅 친구였다. 그에 대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p.48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실종된 인간처럼 존재가 지워진 것들이다........p.50

 

최고의 카메라로도 부재는 포착할 수 없으니 관광객들은 쓸모없는 장비로 똑같은 창문이 줄지어 박힌, 새 건물의 회색빛 얼굴이나 찍어댈 뿐이다.........p.58

 

창밖 풍경에는 커다란 하늘이 있고, 그것 없이는 일 할 수 없다. 올려다볼 때 생각을 짜임새 있게 한 적은 전혀 없다. 구름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형태를 바꿀 뿐이다........p.68

 

글을 쓰다가 집 꼭대기에 가려지지 않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좋다. 글이 잘 풀릴 때는 말이 되려고 기어오르는 의미의 압력이, 다스리거나 적어도 다뤄야 하는 솟구침이 찾아온다. 이러한 요동으로부터 언제나 깨끗하고 친숙한 하늘은 피난처가 된다........ p.74

 

창밖 풍경은 야생과 도시,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동시에 아우른다. 사실과 허구 사이에 선을 긋는 게 여기 태국에서는 덜 분명하며 그 경계선 또한 구멍투성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이런 장소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p.96

 

사각형 창틀 너머를 내다보는 마음은 희망과 절망으로 가득 찼으며, 닿고자 하는 영감으로 아찔했고 끊으려고 약동하는 욕망에 추월당했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되풀이하는 그네의 줄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p.110

 

나는 여러 해 동안 일을 하면서 이 풍경을 보아왔다. 일에 집중하려 들 때 시각화하는 풍경이다. 이 환경이 내 상상력의 본거지, 문이 되었다. 여기에서 매일 다시 시작한다........p.142

 

글을 잘못 쓸 때는 그냥 앉아서 경치를 흡수하고 아낀다. 당장에는 낭비와 같은 시간이 어떻게 보면 글쓰기에 필수이므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p.152

 

글을 쓸 때는 끝없는 시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글 쓰는 것은 단 한 시간도 참을 수 없다........p.154

 

어떤 창문은 몽상을 위한 탈출구지만 어떤 창문은 함께하는 친구다..................p.156

 

 

사진의 왼쪽 풍경은 네이딘 고디머라는 작가의 창 풍경이다

그림이 얼핏 언젠가 찍은 오른쪽 우리 베란다 풍경과 비슷해 반가웠다.

 

이 작가는

“창밖으로 나의 정글이 보인다.” 라고 시작한다.

 

나는 작가에게 경치 좋은 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대신에 환경, 분위기, 작가가 불어넣는 분위기 등 자신만의 경관은 필요하다 등장인물이 경험하고 보는 것들은 작가가 경험하고 보는 것이며 삶이다.....................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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