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꽃잎이 떨어져도

물소리~~^ 2015. 6. 15. 10:35

 

 

 꽃은 지지 않네.

 

 

 

 

2003년 3월,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2013년 3월 11일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기일에 맞추어 최인호 작가가 펴 내려했으나 자신의 병이 깊어 이루지 못하고 그의 유지로 뒤늦게 엮은 책이다. 작가 역시 2013년 9월 25일에 타계하셨다.

 

대담의 주제가 다양했지만 유난히 삶과 죽음의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것 같다. 책머리에 항암투병 중 힘 든 몸으로 법정스님의 빈소가 마련된 길상사에 찾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찡하게 다가왔다. 그 힘듦을 조금은 알겠기에… 그런데 작가의 투병은 알고 있었지만 법정스님 역시 폐암으로 투병하셨다 는 내용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어쩌면 그렇게 고결하신 분께서… 너무 맑고 깨끗하시어 그들에게까지 자리를 내 주셨을까. 동병상린의 마음으로 참 많은 위로를 받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일요일 낮, 간간이 울리는 천둥번개소리가 반갑기 그지없는 시간, 실로 오랜만에 뒷산을 찾아 올랐다. 아주 천천히 오늘 하루 즐겨보고 그리움을 삭혀보고 싶었다. 작가님도 그 힘든 몸으로 뵙고 싶은 분을 만나러 가지 않았던가. 나도 몸을 일으켜 힘을 내고 싶었다.

 

조금의 소나기가 지나간 오솔길은 더없이 아늑했다. 잠깐 동안의 비를 피해 사람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비에 씻겨 내려간 오솔길의 길 트임이 참 예쁘다. 살금살금 눈길을 돌리며 행여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걸었다. 아, 맨 먼저 나를 반기는 꽃은 큰까치수영 이었다. 날렵하게 꼬리를 휘돌리며 오랜만의 빗줄기에 마음껏 마사지라도 했는지 더욱 청초하다. 따뜻한 마음을 안고 마삭줄을 찾아 나서니 이미 꽃은 지고 딱 두 어 개체가 비를 맞고 있었다. 이 순간 떠오른 말이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였다.

 

꽃은 이미 졌지만 마삭줄은 여전히 꽃나무였던 것이다. 무엇으로 남을 것인지에 미련 두지 않고, 아님 한 순간의 아름다움에 머무르지 않고 제 할 일을 위해 여지없이 아름다움을 비워내는 꽃! 자연에서 살아가면서 사람들보다도 더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 희망을 건져보았다. 초여름을 지켜내는 꽃들이 여전히 말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 큰 힘을 얻은 소낙비 오락가락한 일요일 한 낮이었다.

 

 

 

 

▲ 돌가시나무(땅찔레)

 

 

▲ 선씀바귀

 

 

▲ 굴피나무

 

 

▲ 마삭줄

 

 

▲ 큰까치수영

 

 

 

▲ 자귀나무가 꽃봉오리를 올리고 있다.

 

 

▲ 팥배나무

 

 

▲ 조록싸리

 

 

▲ (꽃 진)국수나무

 

 

▲ 개망초

 

 

▲ 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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