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돌담이 더 없이 정겨운 용오정사(龍塢精舍)
오른쪽(위)부터 덕림사, 상운루, 경의당 건물의 지붕만....
두암초당을 뒤로하고 찾아 나선 곳은 용오정사였다.
어쩌면 두암초당보다 용오정사에 더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의 한 신문에서 여행칼럼을 읽어 온 덕분이다.
이제 이식을 며칠 앞두고 가을철 단풍을 만나지 못할 아쉬움이 크던 터,
잠깐 나들이 다녀오고픈 마음에 얼른 생각이 난 곳이 이곳이었다.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에 하루면 충분한 장소인데도 여태 찾아보지 못한 역사적 장소,
그 기이한 모습의 사진을 보고서는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내비 따라 조금 달리니 길에서 조금 들어간 아담한 자리에 도착했다.
조심스런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서니
용오정사를 감싸고 있는 둥그런 돌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늘 직선으로 쌓아올린 돌담을 봐서인지 둥그런 돌담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담은 둥근 부드러움을 앞세우며 내 마음이 날이 서고 있지 않은지, 먼저 나를 점검한다.
그렇담 마음을 가다듬고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싶어 절로 숙연해지니
문이 잠겨있을까 은근 걱정을 애써 묻으며 문고리를 당겨 보았지만 굳게 잠겨있다.
아, 이 실망감이라니!!!
깨금발을 하고 안을 기웃거리노라니
아! 문 맞은편에 서있는 홍의재가 보인다.
세상에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보물들을 여태 만나지 못하다니… 이런 관심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발견하다니…
용오정사는 둥그런 돌담안에 홍의재, 덕림사, 경의당을 감싸고 있는 건물이다.
그중 홍의재는 기숙사, 경의당은 강당의 역할을 하는 중심건물이며
덕림사는 이 건물의 주인 정관원을 기리는 사당이라고 한다.
정관원은 일제 때 항일투쟁을 했던 우국지사로 호가 ‘용오’ 였다고 한다. 하여
홍의재의 구불구불함은 용이 승천함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이는 후세 사람들의 設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에 반하여 나는 문득 목수의 솜씨가 아닐까하는 의문을 던져보았다
저렇게 구부러진 못생긴 나무가 받쳐내는 힘은 어떨까.
균형이 잡히지 않을 것 같은데도 건물은 반듯하게 유지 되고 있었으니
그 숨겨진 기술과 지혜가 새삼 궁금해진다.
어쩌다 하나가 아닌 건물 전체의 기둥을 휘어진 것으로 사용하였으니
이는 분명 의도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뜻일까? 정작 지은 사람의 의도는 알 수 없는데
후세인들은 자기생각을 대입하여 이렇쿵저러쿵 하지만 휘어진 기둥은 말이 없다.
우리의 옛 건물에서 흔히 배흘림기둥의 가치를 말하고 있지만
이곳 홍의재의 기둥은 의외의 특별함에 천둥번개를 만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쿵하고 울려주었다.
저마다 다른 기울기를 가진 저 기둥들의 무게중심은 과연 어느 곳일까?
흩어진 무게 중심을 한 곳으로 모아 극대의 힘을 발하는 그 무엇은 어디일까?
돌담을 빙빙 돌고 돌면서, 깨금발로 열심히 바라보고
줌으로 당겨가며 최대한 가깝게 사진을 찍으면서도 알 수 없었다.
나의 발아래 돌담따라 무성하게 시든 잡초들만 아우성을 지르며 난리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못생김으로 더욱 튼튼한 동량이 될 수도 있다니…
자연스러움이 아름다운 것! 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참 못난 기둥이었으니
언젠가 내 글의 제목으로 썼던 “쓸모없는 것의 유익함” 이었다
▲ 문은 굳게 잠기고
▲ 조선 말기의 사당(祠堂)의 용오정사
이 정사는 1896년에 건립된 것으로
한말의 의병대장인 기삼연(奇參衍)과 정관원(鄭官源)의 영정을 모시기 위하여 세운 것이다.
▲ 나를 이곳으로 오게끔 한 건물 홍의재 (기숙사)
기둥의 곡선도 기이하지만
건물 왼편에 약간 사선으로 이어진 장치는
뒤편 아궁이의 지저분함을 감추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 이 용틀임은???
(가까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기에 빌려 온 참고사진)
▲ 돌담을 따라 돌아서 바라본 홍의재
▲덕림사(德林祠)- 사당
담장 위로 간신히 찍었다.
▲ 경의당 (강당)
▲ 찬 기운에 안쓰럽게 피어있는 꽃 한송이
애기나팔꽃을 만나다
▲ 오가는 길목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해준 풍천강변의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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