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리움전시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함은 무엇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을까?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지 않겠는가? 라고 자문자답을 해보곤 하였다. 요즈음 나의 마음이 퍽이나 불안정하다. 이식 후 90일이 넘었으니 3개월의 중간검사기일이 도래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내가 만일 좋은 결과가 아니라면?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그동안 나는 무엇을 얼마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걱정과, 그저 당하는 대로 대처하자는 마음의 기복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천의 국립생태원에서 蘭 전시를 하고 있는데 같이 가보자는 전화였다. 거리상으로는 내가 훨씬 더 가까웠지만 모르고 있었는데 더 먼 곳에 사는 언니가 먼저 청해왔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걱정되었지만 이젠 내 다리의 힘도 한 시간쯤은 너끈히 걸을 수 있었기에 같이 가 보자고 대답을 했다.
언니와 금강하구둑에서 만나 차 하나로 옮겨 생태원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장권을 구매하고 입장! 워낙 넓은 곳이고 날씨마저 쌀쌀하여 전시장인 에코리움까지 걷는 것이 무서웠지만 다행히 정문에서 전기차 셔틀버스가 무료로 운행하고 있었다. 유아스런 전기차에 그만 마음도 동심으로 돌아간다. 여름이라면 나무도 무성해질 것이고 볼거리도 더 많을 것이니 충분히 걸어서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머문다.
▲ 귀여운 전기차
멀리 보이는 에코리움 건물의 위용이 자못 웅장하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화려한 난의 자태에 그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번 난 전시회는 제11회 ‘아시아 희귀 난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과 함께 지난 12월부터 올 2월 28일까지 ‘난 속을 거닐다’ 라는 주제로 개최하고 있었다.
에코리움은 원래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이 그에 알맞은 기후와 환경 등으로 조성되어 각종 식물과 동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에 蘭 고유의 생태 조건을 자연에 가깝게 전시하는 생태전시를 기획하였기에 각 관들을 자연스레 관람하면서 곳곳에서 자라는 난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 일거양득의 시간을 가진 듯싶다. 이 보다 더한 에코리움의 광고는 없을 것 같은 생각에 난 전시 기획의 지혜에 찬사를 보내는 마음이 되었다.
제 1 주제는 ⌜난에게 다가가다⌟였는데 로비에 전시 되고 있었다.
제 2 주제는 ⌜난을 바라보다⌟ 로 열대관에서 전시되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난은 한 두 종밖에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천정에 대형 공처럼 난꽃으로 꾸민 조형물이 내내 머리위에서 따라 다녔지만 이곳에서는 꽃보다도 각종 열대어와 식물, 동물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 주객전도의 입장이 되었지만 신기함으로 가득 채웠으니 이 또한 보람이었다. (열대관의 신비함은 사진 카데고리로 별도의 포스팅)
제 3주제는 ⌜난향에 취하다⌟로 극지관을 나와서 만날 수 있었다. 난의 향은 난의 종류만큼이나 가지각색이었지만 이 꽃, 저 꽃, 향내를 맡다보니 모두 같은 향처럼 느껴졌다.
蘭을 영어로 오키드(Orchid)라 하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진화론을 주창한 다윈의 난도 만났으며 각종 식 재료에 사용하는 바닐라향도 바닐라 난에서 채취함도 알았다. 난은 식물의 종이 가장 다양할 뿐만 아니라, 서식지 또한 광범위하지만 자라는 환경에 맞게 진화해온 식물로써 보존의 가치가 크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전시였다.
난과 향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지만 서로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비슷하지 않은 모습과 향을 유지하며 자라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이들은 우리 인간의 관심과 궁금함을 유발시키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이기에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향을 잃지 않고 살아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나에게 전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마음따라 발길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오는날의 녹차밭 (0) | 2016.03.07 |
---|---|
추억의 거리에서 (0) | 2016.03.06 |
뒤틀려 곧게 오른 기둥의 용오정사 (0) | 2015.11.02 |
숨겨진 비경 두암초당을 찾아서... (0) | 2015.11.01 |
김유신장군 묘 (0) | 2015.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