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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발길따라

숨겨진 비경 두암초당을 찾아서...

물소리~~^ 2015. 11. 1. 22:03

 

 

 

 

▲ 두암초당 (연륜 400년)

거대한 수직으로 우뚝 선 두락암의 작은 동굴에 마치 새집처럼 아슬아슬하게 지은 정자.

 

 

 

10월의 멋진 날들이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났으나

11월은 10월의 여운을 안고 조용히 들어서는 듯 첫날 날씨가 명쾌하지가 않다.

10월을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11월 자신의 몫을 잃어버리지도 않은 내색을 보이고 있다.

식구들 모두 나 때문에 계절을 모르고 지내고 있다.

나로 인하여 그 누구의 생활리듬이 깨지는 걸 원치 않았고,

또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오늘 일요일 하루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다녀왔다. 가을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멀리는 가지 못하고 숨은 비경을 찾아가자고 제의했다.

언젠가 우연히 여행칼럼에서 읽은 장소, 고창으로 갔다.

고창의 명소를 흔히 선운사, 학원농장, 미당 서정주문학관 등을 꼽지만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발길이 뜸한 역사가 서려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한 시간 정도를 달리다 보니

먼 곳에서도 눈에 확 띠는 우람한 바위가 우뚝하다. 맞아 저곳이야.

 

오르는 초입길은 아산초등학교 뒤편에 있었다.

교에 주차를 하고 길을 찾아 나섰지만 좀처럼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사람들 발길이 뜸한 것이리라.

겨우 찾은 길의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한참을 걸어올라 바위 앞에 이르니

우람하게 솟은 바위가 마치 학교를 굽어보고 있는 듯싶었다.

바위 이름은 두락암인데, 바위모습이 곡식을 재는 말()처럼 생겼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예사롭지 않은 바위에~~

 

이 아찔한 바위를 어떻게 올랐으며, 어떻게 이런 곳에 정자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아주 작은 문을 열고 정자에 오르면 될 터인데 문이 잠겨 있었다.

하지만 꼭 정자에 올라보고 싶었다. 오른쪽 기둥을 꼭 붙잡고 시도를 해 보았지만

발 디딜 곳이 겨우 한 군데? 가슴이 벌렁벌렁 두근거린다. 현깃증이 난다.

순간, 나 환자인데?? 하면서 떨리는 다리를 허공에 날려버릴 듯싶은 아찔함에 선택을 저울질했지만

옆에서 지켜본 아들과 남편은 그래도 포기하라는 말은 안한다.

아들이 한 손으로 나를 꼭 붙잡아 주었다.

아들 역시 한 손은 기둥을 붙잡아야했고 남편은 끼어들 틈이 없다.

어찌어찌 간신히 발끝만을 딛고 얼른 두 손으로 마루를 짚으며 몸을 끌어 올렸다.

아들의 손을 놓고 마루를 짚는 순간은 정말 무서웠다. 휴우!! 드디어 올라왔다.

 

손바닥만한 마루와 방 한 칸이었지만

이 험한 곳까지 선비들이 찾아왔는지 시문을 적은 편액들이 네 모서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정말 풍류를 아는 멋진 선비들이셨다.

누마루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니 내가 마치 한 마리 새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좋다.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그래 이렇게 살다가는 것이야.

올 해 단풍은 조금 늦어지는 것일까. 아직도 초록이 우세다.

이곳에 앉아 사계절을 느껴보는 마음은 어떨까? 참으로 부러운 마음이 일었다.

하늘과 구름과 나무를 벗하며  남은여생 이런 곳에서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금세 다시 내려가야하는 걱정이 앞서니 난 절대 신선놀음은 할 수 없나보다.

 

어떻게 내려갈지 몹시 걱정이 앞섰지만 .....

오를 때 방법을 익혀서인지 쉽게 발 디딜 곳을 찾아딛고 내려왔다.

엄나무의 굵은 가시가 문지기라도 되는 양 떡 가로막고 있으니 조심스럽기 한량없다.

 

 

▲ 아산초등학교

 

 

▲ 학교에서 바라본 두락암

 

 

▲ 두암초당의 처마가 간신히 보인다.

 

 

▲ 두암초당 아래의 영모정

두암초당 주인의 후손들이 지은 것이라고 한다.

 

 

▲ 처마 한쪽은 바위 안으로...

현판이 유난히 커 보인다.

 

 

▲ 불 때는 아궁이도 있었으니..

한겨울의 아늑함이 절로 그려진다.

 

 

 

 

 

 

 

 

누마루 벽에 걸린 편액들...

 

 

▲ 두암초당에서 바라본 풍경

 

 

 

▲ 산고수장

산은 높고 강은 길게흐른다

멀리 인천(풍천)강이 흐르고 있음을 말한 듯...

 

 

▲ 두암초당 과 소나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싶다.

 

 

 

 

▲ 두암초당을 지키는 가시달린 나무

 

 

▲ 오른쪽 기둥 아래는 절벽!!

저 문이 잠겨 있으니

아슬아슬 곡예사가 되어 오른쪽 기둥을 붙잡고 마루에 올랐다.

 

 

 

▲ 오르고 나니 심장은 콩닥콩닥 다리는 후들후들~~

 

 

 

▲ 다 내려와서 다시 바라본 두락암과 두암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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