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내맘의 글방

금쪽같은 시간 속에서

물소리~~^ 2015. 7. 9. 17:10

 

 

 

 

▲ 애송이 밤송이

 

 

 

   나의 금쪽같은 시간이 나의 의지대로 길게 누워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만의 시간, 늘 출근 준비를 마치고 나에게 주어지는 20여 분의 자투리시간을 요리하는 행복에 젖어 지냈었다. 요즈음에는 머리를 감고 말리던 시간마저 덤으로 얹어진 금쪽같은 시간이 풀이 죽었다. 비가 잔잔히 내리는 오늘 아침 시간, 난 그렇게 기운 없어 질질 끌리는 몸을 소파에 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소파에 누워본 적 없었노라고 자랑스럽게 말을 했었는데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요즈음이다. 오디오를 틀어놓고 누워 눈을 감았다. 기운은 없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다. 오디오에서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마치 빗줄기가 던져주는 일정한 가락에 맞추어 연주하는 듯싶다. 아니 빗줄기가 음악에 맞춰 제 몸의 굵기를 조절하는 듯싶다.

 

눈을 감고 조용히 그들의 합주에 귀 기울이노라니 싱싱한 나무들이 불쑥불쑥 내 시야를 가리며 휙휙 스치는 환상이 지나간다. 아, 이 아름다운 계절! 작은 더위의 계절이라고 일러주더니 세상은, 자연은 그렇게 초록의 질주를 하고 있다. 이에 알맞은 비까지 내려주니 나무들은 제 뿌리들을 더욱 깊숙이 뻗어 내리고 있다. 그 움찔거리는 둔탁한 힘이 내 몸을 흔드는 것 같았다.

 

나무들은 그동안 목이 말랐을 터인데도 하늘에 읍소하지 않았다. 나약한 인간들만이 비를 달라고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였다. 살그머니 몸을 일으켜 베란다에 나섰다. 아파트 옆 주택의 담장 아래에는 비에 젖어 떨어진 능소화가 수북이 쌓여 있다. 화장솔처럼 부풀어 부드러움을 자랑하던 자귀나무 꽃도 붓을 빨아 놓은 것처럼 말려 있다. 밤나무들은 애송이 밤송이를 달기 시작했다. 며칠 전 음식점 주차장의 밤나무에 매달린 아주 작은 밤송이를 만져 보았었다. 어쩜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겨드랑이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밤송이는 모내기의 막바지를 재촉하고 있었다.

 

작은 몸피의 새 두 마리가 빗속을 날아오르며 깔깔거린다. 비를 피하고 싶었을까.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긴 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고요함이 번져 오는데 내 귀에 남은 새소리들이 자르르 젖어 땅위로 내려앉는다.

 

꽃이 지더니 녹음이 우거지고 소서가 다가서더니 장맛비가 내린다. 모든 자연은 말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지우고 또 새로움을 만들면서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나는 늘 뒤늦게 시간이 가고 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나 역시 살아가는 일,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닐까. 여태 잘 살아왔음에 이제는 내 몸을 비워야 하나보다.

 

아픔으로 비워 낸 후, 또 다른 무언가로 가득 채우고 싶다. 비에 젖은 나무들이 예쁜 꽃까지 젖게 하고 떨어트리고 있음은 섭리에 거역하지 않고 순응하는 일인 것이다. 나도 내 몸의 변화에 거역도 원망도 하지 않고 순응하고 싶다.

 

훅 끼쳐오는 바람 한줄기에 한기가 스친다. 그냥 이 자리에 서서 풍경을 바라만 보고 싶은데 바람이 말린다. 몸을 추스르라 일러준다. 바람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내 위치를 모르고 있었겠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면역력을 뚫고 지나침에 들뜬 무엇이 내 몸에 들어올까 봐 바람이 막아준다. 나는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건만 저들은 이렇게 나를 챙겨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내 길을 천천히 따라 나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위로해준 금쪽같은 시간은 변함이 없었다.

 

 

 

 

▲ 우리집 뜰의 카미유와 아이 / 클로드 모네

그림 출처 / 인터넷 검색

 

요즈음 간간히 읽고 있는 책 ‘그림의 힘’ 의 한 페이지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소개해 놓은 그림.

꽃이 있고, 아이가 있고, 그 옆에서 바느질하는 엄마에게는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니…   얼마나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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