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뒤척였지만
그래도 늘 눈뜨는 시간이 되자 눈이 맑아진다
다리에 힘이 없다
병실을 나오니 맑은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병원 건물이 아주 쾌적하니 시설도 좋다
넓은 복도를 따라 걷다 자판기 앞에서
율무차 한 잔을 뽑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밤새 병실을 지킨 간호사들이
바라보고 있으니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내 자격지심이겠지만
문득 그들에게 수고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내 사치스런 공명심이 나를 거든다
이 병동은 밥도 일찍 나온다
밥맛이 없어 뜨는둥 마는둥 숟가락을 놓고
양치하고나니 간호원들이 우루루 들어온다
오늘 46병동 소독하는 날이란다
일찌기 공지를 했겠지만
나는 어제 저녁에 들어온 신참이어서 몰랐다
일단 모든 환자들을 복도로 옮기고
오후 3시에 다시 병실에 들어온단다
모든 침상들을 복도 양가에 죽 세워놓으니
피난민? 아님 이재민? 들 같으니 웃음이 절로난다
용케도 내 침상은
실내정원으로 꾸며 놓은곳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놓였다
내심 기뻣다
창밖에는 노란 황매화가 피어있었다
지금쯤 은파호수변 아늑한 그곳,
나만 아는 거기에도 지금 이 꽃이 한창일텐데....
마치 늘 만나던 나를 응원해 주려고 여기까지 왔을까
이 봄을 잊지 말라는 응원가!
삭막해진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준다
내 피를 뽑아가던 간호사가 한마디 건넨다
"자리가 참 좋으네요"
병원에서 폰으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