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외도 월대~ 도두추억愛거리 ~도두봉
▲ 외도월대
2 시간여를 걸은 후, 우리는 외도월대에 도착했다. 이곳 월대천은 바다와 한라산 계곡물이 만나는 곳으로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흘러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이곳은 270여년 된 해송과 팽나무, 멀구슬나무가 물 위로 휘늘어져 선경을 자아내는 곳으로, 옛 선인들이 달이 뜨면 맑은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구경하며 풍류를 즐긴 누대라는 의미로 월대(月臺)라 했다 한다.
▲ 월대에 이르니 앞으로도 14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 운동기구도 현무암이다 ^^
▲ 외도월대에서 자라는 소나무
▲ 팽나무
▲ 주사맞는 소나무
▲ 저 다리 아래에서 외도천과 바닷물이 만나고 있다
월대를 지나 외도천과 바다의 만남의 다리 위를 지나서 해안을 따라 걷다 알작지 해변을 만났다. 알작지란 작은 자갈이라는 제주도 말이다.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란다. 50만 년 전에 형성된 해안이라니 참으로 대단한 세월을 지닌 해변이다. 알작지를 스치고 마악 내려가는 바닷물들은 마치 자갈을 어르기라도 하듯 “몽글몽글” 소리를 내며 지나가니 마치 바닷물과 자갈들이 멋진 화음을 이루며 놀고 있는 듯싶다. 둘은 서로 심심하지는 않겠다.
▲ 해변가의 집
▲ 알작지 해변
▲ 해안을 벗어나 잠시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밭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낮은 돌담들이 참 정겹다. 엄청 많은 무들이 그냥 땅속에 묻혀 있으니 여기도 과잉생산의 결과일까? 마음이 안 좋다.
▲ 돌담 위 앉은 까치 한 마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 길은 올레길도 되지만 외도물길탐방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올레길을 따라 나서야 한다
▲ 푸른 보리밭과 검은 돌담의 환상적인 어울림 뒤로 이호테우 해변이 보인다. 말의 형상으로 세워진 등대 두 개가 보인다. 친근한 생김으로 인기가 좋은 등대는 이호테우해변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테우’는 제주의 전통 뗏목 배 를 일컬음인데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 여성전용 빨래터라는데 물이 깨끗하지 않다. 어쩌면 해녀들을 위한 장소는 아닌지....
혼자 생각해 본다.
▲ 이호태우 해변의 모래사장. 아직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인적이 뜸하다.
한적함이 풍겨주는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더욱 좋기만 하다.
▲ 저기 그려진 벽화는 무슨 뜻일까? 고기 잡는 사람들의 모습인데…
아, 테우를 이용해 멸치잡이 하는 모습을 그려 놓았다는 설명을 보았다.
풍경을 더해주는 뜻있는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
한참을 걷다 한 표지판을 만났다. 붉은왕돌 할망당이라는 글씨와 함께 본향당이라는 글씨가 보이지 않는가!! 눈이 번뜩 뜨인다. 어제 계획을 세웠다 만나지 못했던 본향당이다. 본향당(本鄕堂)이란 제주인들의 기도처라고 한다. 제주 사람들은 소지를 가슴에 품고 소원을 말한 뒤, 그 소지를 이곳 본향당의 나무에 걸어두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하였다. 그 대상자는 할망인데 할망이 옷을 참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은 오색 천을 걸어두고 간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이 본향당은 수많은 본향당 중 한 곳일 뿐이다.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가노라니 어찌 괴기스런 나무와 오색 천에서 으슥함이 느껴진다. 그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으니 더욱 귀기가 흐른다. 혹자는 이런 모습들을 미신으로 바라보지 말고 제주도의 정서라 여겨 달라고 말한다.
하기야 바다를 상대로 생업을 이어가면서 만나는 느닷없는 위험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간절함을 이렇게라도 걸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어제 가보려 했던 와흘 본향당은 아니어도 이곳을 만나게 되었으니 제주를 제대로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문화유산답사기에서는 팽나무 신목에 흰 소지가 나부끼는 본향당의 풍경은 제주인의 전통과 정체성을 웅변해주는 살아있는 민속이라고 하였다.
대상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 했던가.
으슥해졌던 마음이 본향당을 벗어나니 환한 햇살에 금세 밝아진다.
▲ 길가의 개미자리꽃
이호태우 해변을 벗어나서 우리는 한참을 길을 찾아 헤맸다. 바로 도두봉으로 오르는 것으로 착각해 산길로 접어들었으나 아니었다. 겨우 리본을 찾아냈고 다시 길을 따라 나섰다. 도로변에 핀 아주 작은 개미자리꽃이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우리를 보고 방긋 웃고 있네. 끊긴 것 같으면서도 이어지는 길은 이렇게 작은 꽃을 보듬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 도두추억愛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17번 코스 절반을 걸었다. 아, 이곳이 도두항인가 보다. 풍경이 아름다운 도두항 해변가 도로에는 우리 유년 시절들 놀이 모습들의 조형물들이 있었다. 굴렁쇠,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말뚝박기 등 재미난 모습들에 우리는 잠시 동심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우리는 그곳의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전복뚝배기를 시켜 먹었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아침을 토스트로 해 먹고 오랜 시간 걸어서인지 정말 밥맛도 뚝배기국물맛도 좋았다. 배부르게 먹고 우리는 바로 걷기 시작했다. 소화시키는 데에는 걷는 것이 제일이다. 조금 걷노라니 생선가시만으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구름다리를 만났다.
▲ 생선가시 모형의 도두항 구름다리
구름다리를 건너 도두봉에 올랐다. 17코스 중 가장 높이 오르는 곳이라는데 봄 햇살에 우리 마음이 녹아내리니 힘든 줄 모르게 길을 따라 올랐다. 산길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정겹다. 도두봉은 분화구가 없는 원추형화산이란다. 정상에는 봉수터가 남아있어 도두봉이란다.
▲ 벌노랑이
▲ 도두봉을 오르다 바라본 도두항
▲ 아, 제주공항이 지척이다. 오늘 미세먼지가 있다는데 이곳 제주도 피해 갈 수 없는지 먼 시야가 흐릿하다. 한라산도 흐릿하게 보인다. 제주공항을 배경으로~~ 방금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비행기들이 쉼 없이 이륙, 착륙을 하고 있음을 보니 비행기들이 꼭 장난감 같다. 쉽게 오른 도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제주 풍경을 만났으니 올레길을 따라 걸은 충만함이 꽉 차오른다.
▲ 도두봉을 내려오며 만난 동백
▲ 또 한 번 만나는 본향당
어우러진 동백이 있어 조금은 세련된 본향당처럼 느껴진다.
동백은 산신 할머니의 상징목이란다.
▲ 저 신목(神木)가지들은 하늘에 닿으려고 하는데…
아마도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 어딘가에 계시는 할망께 전해 드리고자하는 마음인가 보다.
▲ 도두봉을 내려와 흐드러진 벚꽃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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