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냉장고에서 꺼냈을 때의 전복
넣어주었던 다시마가 흔적도 없다.
남편 생일이라고 남편 지인이 싱싱한 전복을 보내왔다. 처음에 무심코 열어보곤 전복인줄 알고 귀한 것임에 놀랐지만 더욱 놀란 것은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다. 난 얼른 뚜껑을 닫고 말았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 꿈틀대는 그 무엇들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걱정이다. 사실 다 조리된 전복이나 전복죽은 먹어봤지만 내가 손질해서 먹어야하는 경우는 첨이다.
일단 움직이지 않아야 그래도 손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물 다시마 몇 장을 덮어 스티로폼 포장 채 김치 냉장고에 넣었다. 전복이 다시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도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김치냉장고 안에서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러고 잊어 버렸다. 솔직히 내가 요즈음 입맛이 없어 무엇을 챙겨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에 무관심으로 흘렀나 보다.
그러다 토요일 오후에 아이들이 오니 번뜩 생각이 난 것이다. 물론 아이들 일정 상, 집에서 식사할 틈이 없었지만 더 이상 오래 두었다간 보내주신 분의 마음까지 상할 것 같아 일단 손질해서 먹기로 했다. 김치냉장고에서 스티로폼 상자를 꺼내 살그머니 열어보니 어머나! 넣어준 다시마는 흔적도 없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내 바람대로 배불리 먹고 편히 잠들었던 것 같다.
하나를 집어 살짝 떨어트려 보아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손질 하는지도 모른다. 일하던 걸 멈추고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데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세세하게 손질하는 법을 알려준 글들이 많았다. 심지어 동영상까지 올려주신 분들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전복은 내장에 영양분이 60% 이상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가 없다. 또한 전복은 이빨 두 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두가 놀랍기만 하다. 일단 여벌로 준비된 새 칫솔을 가져다가 싹싹 문질러 씻어 주었다. 몸이 깨끗해 졌다.
내장은 등 쪽으로 있으니 껍데기에서 전복 살을 떼어낼 때 내장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단다. 그런 후 위쪽에 칼집을 넣어주고 쭉 눌러주면 이빨이 나오는데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복죽을 끓일 때 내장은 필수라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한데 두 개의 이빨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자꾸만 갸우뚱 했는데, 아! 넣어준 다시마를 다 먹지 않았는가!! 그 이빨로 잘근잘근 먹었나 보다. 다시 소름이 돋는다.
씻은 전복을 들고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숟가락을 뒤집어 둥근 쪽이 전복 살에 닿게끔 하고서 힘을 가했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빙빙 돌려가며 조금씩 깊게 들어가니 드디어 전복과 껍데기가 분리 되었다. 휴! 한 숨을 쉬고서 뒤집어 보니 과연 내장이 있었다. 일단 찜을 할 것이니 내장은 그대로 놓아두고 이빨을 찾아야 했다. 레이스 같은 살이 두 겹으로 겹친 곳의 끝을 가위로 갈라놓고 꾹 누르니 에구~~ 과연 빨간 육질과 함께 이빨 두 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털어내듯 하고서 바라보니 이빨이 튼튼한 것 같았다.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문득 한 생각이 든다. 이걸 모아 갈아서 임플란트하면 좋지 않을까? 비용도 저렴하지 않을까? 다시마를 씹어 먹을 정도면 튼튼하기조차 할 것이다. 갑자기 푸하하 웃음이 나온다. 이걸 특허 내 볼까나!!!
남편은 전복 많이 먹고 힘내라며 자꾸 내 앞으로 밀어 놓는다. 양이 너무 많으니 천천히 먹겠다며 찜해 놓은 전복을 잘 갈무리 해 두었다. 전복이 살았을 푸른 바다가 문득 그리워진다. 전복이 나에게 준 모든 것을 받은 내 몸이 어느새 바다 빛으로 물들었나 보다.
▲ 전복 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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