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이 수경 재배한 히야신스 한 포기를 보내주었다. 사무실 양지 바른쪽에 놓아두고 무에 그리 바쁜지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아, 글쎄 엊그제 토요일 우연히 눈을 마주치니 아주 커다란 꽃송이를 올리고 있었다. 꽃송이가 너무 커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해졌다. 몸을 바로 세워 주면서 꽃을 들어 코끝에 대 보니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히야신스의 꽃빛은 아주 다양한데 그에 걸맞게 꽃말도 아주 많다.
연보라 히야신스는 영원한 사랑, 노랑은 승부, 남색은 사랑의 기쁨, 빨강은 슬픈 추억, 보라색은 슬픈 사랑, 흰색은 행복, 사랑이란다. 우리 꽃은 흰색이니 행복한 사랑일까?
봄의 향기는, 어쩌면 꽃들의 향기가 스미어 만들어 내며 우리의 향수를 자극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꽃들은 제 빛과 제 향을 변함없이 지니고 있으면서 철을 잊지 않고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향기를 그 누구에게라도 전하고 싶은 여유로운 토요일 봄 날 한낮, 갑자기 사무실 앞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웬 청년 두 명이 쓰윽 들어온다. 어쩜 !! 울 아들들이다. 아빠 생신이 대보름 전 날이어서 각자 전화로 인사를 드리기에 그러려니 했더니 지들끼리 약속하고 불쑥 찾아 왔다. 반가움과 함께 마음이 바빠진다.
요즈음 몸이 시원찮아 찬도 별로 없는데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걱정을 일시에 불식시키며 저희 둘이는 점심을 먹고 왔다며 우리와 함께 다녀올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저녁식사를 외식으로 함께 하자고 한다. 그런 후, 큰 아이는 바로 가고, 작은 아이는 내일 대전에 출장이 있어 10시까지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란다.
어디를 가는데? 부여에 있는 롯데아울렛을 가자한다. 아빠와 엄마 봄 자켓 한 벌씩 사 준다고 한다. 옷 많이 있다고 마냥 사양은 했지만, 흰색의 히야신스 꽃말이 안겨 준 행복한 사랑의 향기가 코끝에 맴 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의 세월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곤 했다. 하지만 살아가는 일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마음과 뜻과 같이 되지 않을 때의 쌓이는 스트레스는 내 몸을 야금야금 축 내고 있었다는 결론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젊어서야 그런 스트레스를 이겨내곤 했지만 이제는 체력이 모자라는지 자꾸 스트레스에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동안 아무리 힘들어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아쥐는 순간의 편안함이 좋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에 마음이 스르르 풀렸으며, 산을 오르면 없는 호연지기를 있는 척 발산하기도 하며 노래를 흥얼거렸고, 초록 잎 무성한 숲속에서는 쇼팽의 야상곡이 가장 잘 어울린다며 나 혼자 심취하기도 했다. 똑같은 모습으로 꽃 피우면서도 늘 새로움을 안겨주는 꽃들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나 스스로 위안하며 모든 것을 풀어내며 살았다고 생각했음에도 난 삶의 여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보물인양 숨겨 두고 있었나 보다. 오른쪽 배가 근 2개월을 아팠다. 한번은 너무 아파 응급실까지 가서 엑스레이 사진까지 찍었지만 아무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원인을 알 수 없어 결국 ct촬영까지 하니 장의 일부가 약 6cm 가량 부어 있다고 한다. 과민성 증상이란다. 장도 아프니 음식물도 거부하고 어서 낫게 하라고 그렇게 아픈 신호를 보냈나보다. 몇 십 년을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2kg 이상이 축나니 나로서는 아주 큰 변화다.
이런 내 몸에 맞추려 내 옷 치수를 자꾸 작은 것으로 찾으며 발품을 팔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선함에서 히야신스 향이 전해온다. 향으로만이 아닌 꽃말까지 덤으로 안겨주며 행복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나 보다. 물론 원인을 알고 난 후의 약 처방으로 많이 나아지고 있겠지만 아이들 때문에 아픔이 가신 듯싶으니 행복하다.
아무도 보살피지 않았어도 스스로 구근을 키워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는 히야신스의 깜짝쇼가 문득 우리 아이들 행동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말하면 고슴도치 엄마일까. 나도 히야신스가 숨겨두었던 구근의 힘의 기운을 받아야겠다. 연일 나의 얼굴빛이 유난히 좋지 않은 아픔이었는지 이번만큼은 유독 걱정이 심한 남편에게 히야신스의 기운으로 깜짝쇼를 보여주어야겠다.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사랑을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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