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달팽이 식당

물소리~~^ 2015. 2. 10. 22:26

 

 

 

 

 

 

 

   12월 중순부터 불규칙한 시간의 리듬으로 내 신체의 리듬도 따라 엉망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여 2월부터 다시 산책시간을 되돌렸는데 느닷없는 추위가 나를 시험한다. 추위가 극성을 부린 3일 동안의 새벽시간에 책을 읽는 극성을 부렸다. 책을 들고 주방으로 나와 싱크대가 기역자로 굽어진 모서리에 등을 대고 앉아 책을 읽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평소의 식사 준비시간까지의 한 시간여의 새로운 시간여행 이었다.

 

요리에도 정성과 마음이 깃들면 맛이 변할 수 있구나! 하는 감동을 아주 많이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주인공은 20세 초반의 링고라는 이름의 여성, 15세에 엄마 곁을 떠나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할머니 어깨너머로 조리법을 익힌다. 요리하기를 무척 좋아한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여 번 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애인과 동업으로 음식점을 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이 떠나버렸다. 그것도 지금까지 모은 재산과 심지어 부엌용품까지 모두 가져갔다. 겨우 할머니의 유품인 겨된장이 담긴 항아리 하나만 남겨졌다. 충격으로 주인공은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이 후, 주인공은 대화를 필담으로 한다.

 

할머니도 안 계시고 이제 지닌 것도 없는 신세가 된 링고는 15세에 떠나온 후, 한 번도 찾지 않은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곳은 남 같이 지냈던 엄마가 계신 곳이다. 서먹한 마음이지만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천부적 재능을 지닌 주인공은 엄마 창고를 빌려 식당을 하기로 한다. 이름을 달팽이식당이라 정했다.

 

고정된 메뉴가 없이 손님을 하루 한 팀만을 받아 음식을 만든다. 손님들의 취향과 인품을 먼저 알아보고 그에 맞는 재료를 고르면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로 하여금 모두 행복해지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때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 참으로 신선한 이미지의 요리사, 주인공이다.

 

그 과정을 겪으면 차츰 엄마와도 화해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 즈음, 그녀는 그녀의 행복에 대한 기대의 실을 무자비하게 뚝 끊어 놓는 현실을 만난다. 그녀의 엄마가 시한부인생이 된 것이다. 흔히 보고 듣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인데도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를 편안함이 마음 가득 고여 옴을 느꼈다. 가벼운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는 강렬했다.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에 온갖 정성을 다하며 조금치의 소홀함도 보이지 않는 그 모든 행동은 오직 손님을 위한 것이라는 그 사실에 그렇게 마음이 뿌듯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점심을 아무렇게나 챙겨먹고, 영양가를 챙기지 않고, 되는대로 먹을 것을 입에 넣는 나로서도 참 맛난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렁인다. 한 번의 정성스런 음식은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도 따스한 감성이 스며들게 한다.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빠르게 집중하여 읽을 수 있음은 요리과정의 섬세함과 정성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들을 아끼는 마음이 정말 맛있게 읽혀졌기 때문이다. 요 며칠, 내 손 움직임에 정성이 실린다. 비록 요리가 아닌 설거지에 대한 정성이지만 세세함이 챙겨지니 싱크대가 반짝반짝 윤이 난다. 그나마 자극을 받았음이 아닐까. 추위에 시험 당한 마음이 당당하게 이겨낸 것 같은 뿌듯함이다.

 

그나저나 이런 달팽이 식당 같은 식당이 존재할까? 사람들 성화에도 하루 한 팀만 손님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조금만 유명세를 타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서라도 꼭 먹어보고 싶다는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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