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책방주인

물소리~~^ 2015. 1. 15. 20:52

 

 

 

 

 

 

 

2015년 을미년 새해 첫 책읽기는 지인으로부터 받은 184p의 아담한 책이었다.

내가 1월이면 바쁜 시기임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부담 없이 읽으라고 배려해준 듯싶으니 내 마음도 가벼웠다.

하지만 읽는 속도는 드문드문, 느릿느릿 시간의 탑을 쌓아가고 있었다.

 

새해 첫 만나는 책의 분위기는 사뭇 독특하였다.

프랑스 작가라는 점에 선입견을 가졌을까? 

문장 속 자유분방함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였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의 책방은

헌책방 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헌책방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책방주인의 책방은 어느 책방과 다를 것 하나도 없었지만

분위기만큼만은 너무나 다른 서점이다.

스물네 시간 열려있고, 전등은 켜지 않고, 주인이 읽어본 책만 파는 책방.

주인은 그렇게 좋은 책을 권하고 잘 팔기위해 책을 읽었다.

정말 책만 읽는 독서광이었다.

마치 우리 조선 중기 시대, 스스로를 간서치라 칭했던

실학자 이덕무와 같은 사람이 프랑스에도 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방 문 여는 소리 “뿌득뿌득뿌득” 만 들려도

책방주인은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 줄 대번에 알아맞힌다.

그 사람들이 들어와  책을 찾으면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찾으면 엉뚱한 말을 하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저절로 포기하게 만든다.

   

책방주인은 쓰레기 같은 책을 절대 팔지 않았다.

“쓰레기 같다는 건 누구 결정하죠?”

가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개중에는 대뜸 자신을 납득시켜보라고 고집을 부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주인은 그였다.

책방 주인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p 21)

 

책방 주인이 쓰레기 같은 책을 팔지 않는다고 확실히 못을 박으려면

서가에 있는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틈 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P22)

   

책방 주인은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뜯어내 그의 가족들에게 보냈다.

가족들의 일과 취향에 따라 뜯어내는 책의 내용도 달랐다.

또한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먼저 알아보거나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때까지 에둘러 이야기 하니

아마도 책방주인이 좋은 책을 권하는 방법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을 사는 사람에게 어울리고 맞는 것이라야 한다는,

지극한 정석이 아닌가 여겨졌다.

   

"뿌득뿌득뿌득" 소리가 주는 느림의 어감처럼

책이란 존재는 시간의 속도를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아니 애써 따라가려 노력하지 않고 제 안에 좋은 내용을 담아

몇 백 년, 몇 천 년 후에도 읽을 수 있기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책방이라는 친근한 공간을 선택해서

마치 꼭 그랬으면 싶은 일들을 해 내고 있다.

주인이 읽은 책들은 주인의 마음 안에서 살아있고,

책을 한 권이라도 팔고나면 주인은 2층에 올라가 허브차를 마신다.

책과 차, 계단이 있는 이층의 공간적 배치는

마치 책방이 복합적인 문화공간임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낡음과 느림, 좋은 내용을 느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이런 분위기의 책방이야말로

정말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책방이 아닐까 여겨진다.

   

틈틈이 읽으면서도 나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음은

내가 먼저 알아야 남에게 권 할 수 있다는

참한 이치의 긴 여운을 안겨주었기 때문 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연히 신문에서 서평을 읽은

‘서재에 살다’ 라는 책을 구입해 놓았다.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두툼한 내 마음의 넉넉함에 이끌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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