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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순리대로 이치대로

물소리~~^ 2014. 12. 18. 11:52

 

 

 

 

▲ 눈 내리는 날의 출근 길 (차 위에 내린 눈을 그대로 싣고 달렸다)

 

 

   건강에 대해 별반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아간다고 자부하고 있다. 한데 딱 한 가지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것이 있으니 급체로 인한 것이다. 급체도 그냥 평범한 것이 아니라 꼭 응급실까지 다녀와야 하는 요란한 것이다.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에 설사까지. 그렇게 하루 이틀 법석을 떨고 지나는데 올 해는 12월 중반이 되도록 괜찮기에 이참에는 거르는가 싶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던 터, 지난 월요일 아침부터 화장실에 들락거리더니 출근하여 사무실에 앉아있는데도 손이 너무 시려 견딜 수 없었다. 꼭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속이 차츰 울렁거리기 시작하였다. 할 수 없이 오후 4시 경에 사무실 가까이 있는 병원을 다녀온 뒤, 바로 퇴근을 하였다. 아파트 주차장에 겨우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오는데 속이 용틀임하더니 기어이 속의 모든 것을 역류시키며 나를 눈밭에 쪼그려 앉게 만들었다.

 

그러고 나니 어느 정도 후련한 것 같기도 하여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냥 그렇게 가라앉을 것 같아 다음 날 출근했지만 업무를 보는 내내 속 울렁거림은 계속 되었다. 그에 어지럼증과 두통이 동반하니 심히 불편하다. 업무에 집중이 안 되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이제 가라앉아야 하는 데… 의아심을 가지고 3일 째인 어제, 다시 한 번 병원에 갔다. 이번에는 내가 자주 다니던 병원이다. 의사의 진찰을 받으면서 그 동안 상황을 설명해주니 내 맥을 짚어보며 손의 차가움에 놀라는 듯싶었다. 그러더니 대뜸 ‘심장 검사를 한 번 해 보게요’ 한다.

 

사실 2주 전, 직장가입자 자격으로 건강검진을 했지만 결과를 아직 통보 받지 못하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실에서 심장과 혈관 검사를 하였다. 초음파 담당 의사는 혈관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심장에서는 판막의 역류가 아주 미세하게 있다고 한다. 깜짝 놀랐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다시 내과의사의 설명을 들으러 가니 의사는 ‘피가 새고 있네요.’ 한다. 같은 말인데도 피라는 말을 들으니 끔찍했다.

 

즉, 내 심장의 판막이 전신에서 올라오는 피를 받아들인 후, 순간적으로 판막을 닫아야하는데 그 닫힘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미세하게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증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니고 약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면서 3일분 약을 처방해준다. 3일 후, 다시 한 번 검사해보잔다. 초음파 검사라서 검사비가 많이 나온다. 오늘도 15만원 이었는데 토요일에는 20만 원 정도 들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일단 하루 분의 약을 먹고 나니 울렁거림이 가라앉고 머리도 안 아프다. 살 것 같다. 3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못 먹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니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렸다. 그런데도 무엇을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이제 배고픔이 느껴지고 먹고 싶다.

 

 

 

이 와중에 눈은 어찌나 많이 내리던지 어제 퇴근시간에는 주차된 차를 빼 내는데 30여 분이 소요되었다.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차에서 쓸어내린 눈이 합쳐져 눈의 높이가 바퀴를 덮을 정도의 높이가 되니 그 눈 속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내 차는 빙판에서 맥을 못 쓰는 후륜구동이다.

 

내가 기운이 없으니 하는 짓도 어설퍼보였으리라. 그런 내 모습이 딱해 보였는지 앞 건물의 한 아저씨가 나와 바퀴 밑의 눈을 치워주고는 운전을 한 번 해 보란다. 하지만 바퀴 주위의 눈이 치워져 있는데도 바퀴는 헛바퀴만 돌린다. 옆의 아저씨께서 하는 말

‘빙판에서는 액셀을 세게 밟는 것이 아니고 지그시 밟아 주어야한다.’ 고 한다.

 

다시 한 번 시도하면서 지그시 엑셀을 밟아보니 아, 차가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안도의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아저씨께 고맙다며 인사를 드리고 출발하였다. 도로에서는 눈을 뒤집어 쓴 차들이 온통 엉금엉금 기어간다. 차의 속력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아저씨의 말 ‘지그시 밟아 주어야한다’ 는 말이 귓전에 자꾸 맴이 돈다.

 

건강도 그렇고, 빙판에서 차 운전도 그렇고 모든 것은 힘으로도 의지만으로도 되지 않음이 많다. 우선 그 원인을 알아야하고 그에 알맞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그냥 급체로만 생각하고 계속 소화제만 먹고 있었다면 지금까지도 울렁거림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눈에 박힌 차를 억지로 끌어내려고 엑셀에 힘을 가하기만 했다면 어쩌면 차를 눈 속에 놓아두고 빙판길을 걸어야하는 불편함을 겪었을 것이다.

 

이제 무엇이라도 먹고 싶다. 또한 지금 해가 떠 있으니 차를 덮은 눈들이 녹아내리고 있다. 모든 것은 그저 순리대로 받아들이고 이치대로 행하여야한다는 것을 이 겨울에 다시 한 번 배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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