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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의 글방

마음을 알아주는 일

물소리~~^ 2014. 11. 18. 08:35

 

 

 

 

 

    산길을 걷다보면 등산로 중간 중간에 쌓아놓은 야트막한 돌탑들을 만나곤 한다. 기묘한 모습의 바위 위나, 혹은 위태한 나뭇가지들에 자그마한 돌들을 얹혀놓고 무언가를 염원하는 마음들의 모습이다. 가지각색의 돌멩이 모습들은 마치 여러 사람들의 희망처럼, 고민처럼 모습이 각별하다. 옆을 지나치며 이건 소망일까 고민일까를 가늠해보며 나 자신도 살그머니 하나씩 올려놓곤 하였다.

 

제 멋대로 생긴 모습들에는 소망이 훨씬 많을 거라 믿으며, 소망이란 이렇게 볼품없는 소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찌 돌멩이가 소원을 이루어 줄까마는 어쩌면 스스로 위안을 받는 것이라 믿는 마음이다. 살아가며 무언가에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끈이다.

 

구가 퇴근하면서 자기한테 들렸다 가라는 전화를 했다. 무언가 줄 것이 있단다. 친구는 우리아파트에 살지 않지만 우리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아 화장품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 온 우리이기도하니 근 25년을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처음에는 당연 모르는 사이였다. 난 늘 집을 비우고 저녁에만 들어가는 생활이었고, 친구는 늘 상가에서 지내면서 우리 아파트 주민들을 나보다도 더 잘 알고 가까이 지내는 경우다. 처음 이사 와서 얼마동안 가끔 아파트 주민들을 만나기라도하면 그이들은 나와 화장품가게 주인이 닮았다고 말을 건네 오곤 했다. 닮아도 너무 닮았단다. 그게 궁금해 몇 번 찾아가보곤 하던 것이 금세 친해졌다. 친구는 언제나 낯빛이 밝았다.  

 

그러다 친구의 둘째 아들이 우리 둘째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감대는 더욱 두터워 졌다. 뿐만 아니라 이상하게도 취미나 대화의 주제가 같다는 점이 더욱 가깝게 이어주니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친구의 첫째 아들이 12월에 결혼을 한다고 한다. 동안 아들의 취직 문제, 시어머님의 병환 등 두루 내색 않는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잘 알기에 축하해주며, 나 역시 친구를 통해 大事를 치러 나가는 방법을 은연 중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마음 바쁜 시기에 무엇을 나에게 준다는 것인지… 궁금함과 호기심이 가득이다. 안성맞춤으로 남편의 저녁약속이 있어 식사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던지 한걸음에 찾아 갔다. 

 

친구가 건네 준 것은 다용도 받침이었다. 가로 세로 10cm*12cm 정도의 앙증맞은 크기의 황토색 천에 꽃을 수놓은 것이었다. 찻잔을 받쳐도 좋고 자질구레한 소품들을 올려놓기도 좋은 용도의 받침이었다. 그에 손수 꽃을 수놓고 둘레를 손 박음질함을 보노라니 웃음이 번진다. 썩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기 전, 친구의 정성어린 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 솜씨 늘었지?’ 하며 건네는 그 미소가 참 밝다. ‘아무렴 솜씨보다 마음씨 길이가 한 자는 더 길고만…’ 받아든 내 마음이 훈훈해진다. 

 

친구에게서 이 작품을 준비한 까닭을 잠깐 들어본다. 맏이의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르기로 양가가 약속했단다. 그간 신랑 신부가 모아 둔 자금에 대출을 조금 보태 아파트를 사주었고, 그 외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 하자고 했단다. 하여 서로간의 예물도 생략하고 예식비 등은 그날 들어오는 축의금 정도로 해결하자고 했고 이제는 결혼식 날만을 기다리는 여유로움이 있다고 하였다. 

 

한데 친구는 내심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단다. 자신이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시동생들의 결혼까지 모두 맡아 해 주었지만 그들에게서 예단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작 자신이 많은 수고를 했지만, 시어머님이 계시니 신랑 신부가 주고받는 예단 등은 시어머님이 맡아서 하셨단다. 하여 무엇 하나 받지 못하였어도 친구는 그러려니 지내왔는데 간혹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단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새 며느리한테 대입해보니 훗날 며느리도 어쩌면 서운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친구는 예단 대신 자기가 할 수 있는 정성을 보여주자 하여 그간 심심풀이로 가게에 앉아서 취미로 해 오던 수놓는 일로 예쁜 무엇인가를 만들어 며느리에게 건네주고 싶었단다. 하여 앞치마도 손수 만들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있는 찰나에 천이 남아 내 것도 만들었단다. 그 와중에 나를 생각해준 마음이 참 이쁘다. 집에 가져와 이리 저리 돌려보고 만져보았다. 꽃 시늉만 내었고 울퉁불퉁한 둘레의 마름질이 그 어느 훌륭한 것보다도 정감이 간다. 아마도 그이의 새 며느리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요즈음 고비용의 결혼식을 치르고 난 뒤, 대부분의 신랑신부들은 후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쓸데없는 데에 돈을 너무 많이 들였기 때문이란다. 물론 일생에 단 한 번 있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귀한 시간으로 남기고 싶음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잘 살기 위한 약속이 아니던가. 간소화하고 절약함이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를 일찍 깨닫고 실천한 친구 아들내외의 현명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 자신이 태어나고 언제부터 가정을 이룬다는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시작을 하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지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살아가며 만나는 삶의 신산한 시간들을, 처음의 잘 살아보자 걸었던 소망에 기댈 수 있다면 크나큰 위안이 될 것이다. 친구는 지금 새며느리에게 그렇게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큰마음을 선물하려고 정성을 모으고 있었다. 살아가며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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