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이상한 책읽기

물소리~~^ 2014. 11. 26. 21:53

 

 

 

 

 

 

 

 

 

   나의 독서성향은 잡식성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분류만을 골라 읽기보다는 그때그때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고, 서평을 읽고, 선물을 받고 하는 선택의 방법이다.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일 년 동안 읽었던 책을 기록하는 습성도 길러졌고 늘 그에 준 하는 권수에 맞춤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오늘 문득 더듬어보니 지난 9월경부터 책을 진득하니 읽은 기억이 없다. 읽었던 책을 들썩이거나, 읽고 싶다는 책의 목록만을 작성한 듯싶었다.

 

작년 읽은 책의 목록과 올 해 읽은 목록을 비교해 보니 어머나! 작년보다 4권이나 모자라게 읽었다. 그것도 올해는 이상하게 박지원 상, 중, 하. 조용헌의 소설1, 2. 김병종의 화첩기행 3 권 등, 시리즈를 많이 읽었는데 그 낱권들을 각각 헤아려 포함한 숫자였다. 참 한심한 숫자세기다.

 

마음이 급해진다. 어서 한 권이라도 더 읽어 미달한 목표량을 조금이나마 채워야겠다. 읽고 싶은 책 목록 중, 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구입하였다. 인터넷구매하면 17,550원에 적립금까지 준다는데 급한 마음에 하루 이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가까운 서점에서 19,500원을 주고 구입하였다. 마음이 게으르면 여러 가지로 손해 본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으니 이 또한 책에서 비롯하는 배움이 아닌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참 어려운 책이다. 작가는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싫은 건 싫다고 하고, 좋은 건 좋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어야 어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 어른이 되기 위해 무관문이라는 화두를 내 놓았다. 종교적인 단어지만 작가는 그 종교적 기호를 인문학으로 풀어가며 깊고 넓은 해박함으로 이야기 해준다. 어렵다. 어른 되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만 열리는 무관문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하였다. 문득 요즈음 자주 등장하는 New normal 이라는 단어도 불쑥 떠오른다. 경제적 용어로 대두되고 있지만 내 식으로 굳이 표현하면 새로운 기준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상식화된 보편성으로는 나만의 삶을 살기 어렵다는 주제에 맞는 듯싶기 때문이다. 누구도 하지 못한 새로움을 찾아야만 열리는 문, 무관문이란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으면서도 건방지게 다 읽은 듯 끼적이고 있음은 처음 제시한 “움직이는 건 마음뿐” 이라는 단원을 읽으며 받은 감동 때문이다. 며칠 전 새벽 산책길에서 유독 도토리나무만의 움직임을 보고 무엇 때문에 움직이고 있을까. 바람인가? 비일까? 라는 의아심을 풀어낸 글을 썼었다.

 

그 후로, 나무 곁을 지나며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아마도 높은 미세한 바람이 지나갔을 거라고 생각하며 오가곤 했다. 높이 부는 바람으로 키가 큰 도토리나무의 위만 바람에 스친 것이라고 엉터리 확답을 내려버렸는데… 아하! 이 책에서는 움직이는 건 내 마음 이었단다! 책을 펴고 읽자마자 품었던 최근의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에 내 관심은 배가되고 말았다.

 

443p 에 달하는 두툼한 책, 다행히 처음부터 앎의 충족을 시켜주니 잘 읽을 것 같다. 아니 어렵더라도 끝까지 잘 읽고자 미리 힘을 실어주며 나와의 약속을 걸고 맹세하고 있다. 비록 나만의 공간이지만 글자화한 약속은 저 버릴 수가 없을 테니까. 아마도 올 해 마지막 책읽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책 읽기를 게을리 했던 나에게 일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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