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중순 토요일, 특별함을 만나러 박물관을 찾았다. 전주국립박물관에서는 지금 “시대를 앞서간 예술혼” 이라는 주제 하에 18세기의 문인화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의 그림전이 열리고 있다. 탄신 300주년 기념 특별전이다.
▲ 강세황 초상 / 이명기 (1756 ~ ?)
표암의 집안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삼대가 나란히 기로소에 들어간 명문가이다. 이에 표암은 어려서부터 시, 그림, 글씨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또한 동시대의 대표적 화가들의 작품들에 평을 썼던 화평가 이기도 하였다. 단원 김홍도는 강세황의 제자였다.
특별전은 강세황의 다양한 작품 74점이 5부로 구성되어 전시되고 있었다.
1부는 강세황의 가문을 소개하였다.
삼세기영 가문은 물론 손자와 증손자까지 화업이 이어진 가문이다. 내 여기서 조금 의아한 생각에 머문다. 그 당시 화가들은 중인계급에 속하는, 양반가문이 아니었던 것으로 아는데… 김홍도 역시 중인계급이었는데, 강세황의 집안은 대대손손 양반 중의 양반 가문이 아니던가. 그러할진대 어이하여 당당하게 이렇게 화업을 이어오고 있음일까. 문인화가여서일까.
▲ 서첩
▲ 강세황 손자 강이오 초상 / 이재관(1783~ 1837)
▲ 송하만폭도 . 강안주유도 / 강이오
2부는 문인화가의 기반을 닦은 작품을 보여준다.
강세황은 중국에서 전해온 남종문인화풍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 임거추경도
▲ 방동현재산수도
3부에서는 실경산수화가 전시되었다.
실경산수화란 실제 경지를 보고 그린 그림을 말함이다.
금강산 일대의 그림과 전북 부안을 그린 우금암도와 중국에 사신으로 가며 만난 풍경들을 그린 그림들도 함께 있었다.
▲ 태종대
▲ 사로삼기첩
4부에서는산수 인물, 화조 초충 등과 봉선화, 해당화 등의 그림들이 총 망라되어 있으며
5부에서는 뛰어난 감식안으로 작품들에 대한 화평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5부가 재미있었다.
그의 감상평은 당시의 회화풍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를 깊게 부여해 주었다.
▲ 협접도
나비의 가루가 손에 묻은 듯하니
▲ 어선도
관아재의 그림은 우리나라에서 제일이요
인물화는 관아재의 제일이요
이 그림은 관아재 그림의 제일이다.
내가 이 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금암도(禹金巖圖)’ 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강세황의 둘째 아들 완이 부안현감으로 재임했을 때 내려와 부안의 변산 일대를 직접 여행하고 그린 그림이다. 우금암, 실상사, 용추(직소)폭포 등을 그린 그림으로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 소장품이라고 한다. 어떤 연유로 그곳까지 흘러갔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그래서 익히 아는 장소들을 그린 250여 년의 그림을 보면서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고 싶은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기 때문이다. 우금암이라면 지금의 개암사를 호위하는 바위일 것이니 역사를 품은 장소인 것이다.
▲ 우금암도 총체적인 그림
▼ 우금암도 부분적 그림
▲ 실상사라는데 지금은 암자 하나만 남아있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시간을 거슬러 더듬어 볼 수 있는 기록물을 만나는 일은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이 전시회와 함께 박물관에서는 1박 2일 코스로 우금암도의 옛 지역을 찾아나서는
문화답사를 하고 있으니 따라가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으니 내 혼자만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마음을 챙겨두며 전시실을 나섰다.
- 이상 - 참고문헌 <도록발췌>
정갈한 박물관뜰을 가득 채운 가을이 고운 빛으로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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