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소소한 풍경

물소리~~^ 2014. 8. 26. 22:36

 

 

 

 

 

 

 

‘소소한 풍경’  책의 제목이 참 좋다.

불쑥 찾아온 선물꾸러미에서 발견한 소소한 풍경은 염치없이도 와락 집어 드는 행동마저도 눈감아주는 소소함이었다.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운 소소한 것들에서 작가는 결코 소소하지 않은 그 무엇을 끄집어내며 특별함으로 만들어 준 소소한 이야기다.

 

웬일인지 작가의 책은 쉽게 손에 잡히곤 한다. 갈망 3부작과 소금의 줄거리가 아직도 선한데 또 다른 이야기가 덩어리 되어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 덩어리~ 그냥 아무렇게나 뭉쳐진 그래서 툭 던져 버려도 누구 무어라 할 사람 없는 그런 한 무더기 같은 말이 이렇게 예쁘고 차원 높게 다가오다니~~ 참 별난 특별함이었다.

 

소소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로 정의 된다. 첫째, 대수롭지 않고 자질구레하다. 둘째, 어김이 없고 밝고 분명하다 이다. 책을 읽기 전, 제목에서 소소의 의미를 첫째에 두었지만 읽어가는 도중에 전혀 다른 의미임을 느꼈다. 그렇다고 둘째의 의미로만 부각되는 것도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는 일들에도 어김없는 분명함이 있다는 두 가지 측면을 인식시키는 작가의 역량에 나도 모르게 심취했다. 이 책에서 소소는 한 지명(地名)이다.

 

ㄱ, ㄴ, ㄷ 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엮어내는 이야기는 살인한 범죄자를 찾아내는 듯싶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풀어간다. 주인공들은 모두 마음에 가시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모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탈피하여 막다른 곳에 이르러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라는 인연으로 엮여진다.

 

여자 ㄱ 은 가족 모두를 잃은 아픈 상처가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오빠의 죽음은 ㄱ 에겐 너무나 부당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그 부당함에 앙갚음을 하기위해 옹골차게 살아간다. 대학에서 한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지만 1년도 안 돼 헤어지고 고향 소소로 내려온다. 서로 다른 오해에서 빚어진 간격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 ㄴ 역시 형과 부모님을 잃었다. 1980년대 시위에 나섰다 부상당한 형을 업고 달리던 아버지마저 총을 맞고 사망한다. 어머니는 정신이상이 되어 요양원으로 들어간, 참 아픈 가족사를 지니고 있다. 무작정 떠돌며 궂은일을 다하고 우연히 기타를 배우고 보컬 그룹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의 오해는 그를 또다시 떠돌게 하였다. 그렇게 찾아온 곳이 소소의 ㄱ 의 집 이였다.

 

여자 ㄷ 은 조선족이다.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그녀의 아버지는 물살에 휩쓸려 떠 내려갔다. 오빠와 그녀, 어머니는 장춘 외곽의 농사꾼 사씨아저씨 집에 정착하기까지 한 계절이 걸렸다. 그도 운이 좋았다고 스스로 믿으니 그 험난함을 미루어 헤아려 본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은 그 농가에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이루어지면서 갇혀 사는 신세가 된다. 그녀는 혼자만 탈출해 한국에 온다. 그녀가 겪은 삶은 모두가 잔인함이었다. 그렇게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찾아든 곳이 ㄱ 의 집 이었고 ㄱ은 그녀를 받아들인다.

 

ㄱ, ㄴ, ㄷ은 서로 다른 가시를 마음에 품고 살아왔지만 그 가시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은밀히 스며들며 하나가 된다. 가시는 소소에서 소소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날카로움 없이 살아간다. 어쩌면 이 셋의 각기 다른 가시들은 우리들이 지니고 살아가야하는 공통의 가시인지도 모른다. 셋이 함께 하기도하고, 때론 하나가 빠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로를 위로해주며 양보도 하고 차지하기도 한다.

 

함께에서 빠진 하나의 불평이 있다면 딱 한 마디 “자기들끼리만... 너무해요...” 다. 작가는 뜻 깊은 짧은 문장을 감초처럼 넣어주며 외설스런 이야기도 다시금 뜻 깊은 의미로 저절로 찾아 읽게 유도한다. 낯 붉어지는 까닭을 충분한 이유로 정당화 시켜준다.

 

ㄱ, ㄴ, ㄷ은  삶, 사랑, 죽음이 아닐까.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애매함이면서도 인간은 누구나 한 번씩 겪어야하는 요소, 그것들은 결국 한 덩어리인 채 우리에게 스며있지만 우리는 결코 그들을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하지만 꼭 잡아야 하는…

 

그녀를 사랑했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랑이라는 말이 가진 폭력성을 나는 알고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갖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천연스럽게 상대편을 장난감처럼 자주 취급하면서, 그것에 대한 아무런 깊은 성찰도 갖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부서지지 않는 장난감은 본 적이 없어요.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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