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빗소리가 제법 거세다.
아, 가을비~~
무심한 빗줄기임에도
계절을 붙이고, 내 마음을 붙이며 소리를 듣노라면
빗줄기도 어느새 계절을 일러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살아있는
그 무엇이 되어 내 곁에 다가오곤 한다.
사납지도, 약하지도 않은 소리를 앞세워
바싹바싹 내 곁에 파고드는 그 품새는 꼭 안아주고 싶도록 정겹기만 하다.
느긋하니 누워서 빗소리를 듣노라니
문득 화단가의 국화꽃이 생각난다.
어제 일요일 낮 동안
꽃 핀 모습이 좋아 색색의 꽃을 담아두었는데..
아, 지금 비를 맞고 있겠구나~~
안쓰러운 생각에 얼른 차림을 하고 나왔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화단가에
국화꽃은 의연하게 비를 맞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방실거리며
쌉싸름한 향기를 여전히 뿜어내고 있었다.
아, 이 모습이 있어
예부터 오랜 세월 뭇 문객들에 사랑을 받고 있음일까.
만 가지 빛과 모습으로
만인들의 마음에 파고드는 국화꽃!
국화를 사랑했던 다산 정약용님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싶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은 화와 실을 겸비했지만
열매가 없는 국화는 실이 없음에 군자가 좋아할 꽃이 아니라는 반박에
다산은
열매가 있어 입을 위하는 것은 소인의 일이요
꽃을 보며 마음을 기르는 것은 군자의 일이라며 국화사랑을 대변한다.
요지는
학업이든 사업이든 결과만 위한 자세라면
가치가 없는 일이란 뜻으로 나름 해석해본다.
종일 내리는 빗줄기에 가을이 깊어간다.
찬 기운이 깊어지면 국화꽃도 사라질 것이다.
말끔히 닦아 놓은 유리창 사이로
빗줄기를 맞는 꽃은 선뜻 피지 못하는 조심스러움을 품어내고
빗줄기를 바라보는 나는 내 마음을 씻어 내린다.
'단상(短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풍(櫛風)을 즐기다. (0) | 2014.10.23 |
---|---|
이쁜 가을이 띄운 낙엽엽서^^ (0) | 2014.10.21 |
풍경을 만나는 일은 (0) | 2014.10.19 |
一葉知秋를 말하는 오동잎 (0) | 2014.10.16 |
건망증의 辨 (0) | 2014.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