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풍경이 되어 내 마음을 만나는 일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니를 만나러 갔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연락을 했고, 어머니 집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어머니 안 계시는 집에서 언니와 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던 중
언니가 나랑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어딘데?
나만 따라와~~
감성쟁이 울 언니,
며칠 전 차를 타고 지나오던 중
우연히 창밖으로 억새 가득한 들판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언니 차 뒤를 따라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아, 그곳은 억새들이 하얗게 꽃을 피운 듯 들판을 수놓고 있었다.
정말 멋지다!
천변을 따라 조성된 오래된 길 둔덕 따라
아스라이 펼쳐진 억새의 물결~~
어찌 이름난 곳에만 억새가 있을까.
노란 황금벌판을 애무하듯, 간질이듯 고개 숙여 살랑이며
바닥을 드러내야 하는 약한 물줄기의 타는 속마음을 위로하는 듯
억새는 그렇게 끝없이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60년 대 쯤의 다리일까?
川을 가로질러 놓여있었지만
이제는 풍경을 지키는 정겨움으로 눈길을 끌어가고 있다.
문득 저 다리를 건너고 싶은
용감한 두 자매는 길 없는 억새 사이를 뚫고 나아갔다.
우리의 키를 훌쩍 넘는 억새 대궁을 헤치며
한참을 헤매 건너편 도로로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행여 갇혀 나오지 못할까 한 순간 두려움도 있었지만
마음이야 한껏 재미도 있었다.
구두에 스타킹의 내 차림~~
당치 않은 행동이었지만
이 모두 순전히 가을이 시킨 일 이었다
억새는 가을의 심부름꾼이니 죄 없단다.
그저 용감한 두 자매의 웃음만이 유죄였다.
죄 값으로는
벌레 물리고, 스타킹 뜯긴 것~~
그래도 우리는
아무도 없는 들녘의 억새를 마음껏 취하고 놀면서
한 점 꾸밈없이 스스로 풍경이 되었던 가을날이었다.
▲ 여뀌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 이 아름다운 길을 그냥 놔 둘리 없었겠지만
들녘이어서일까 다니는 사람 흔적 없으니 이정표도 억새에게 기대고 있다.
▲ 울 언니~~
▲ 언제적 다리일까. 정감이 물씬 묻어난다
▲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니...
▲ 다리를 건너는 울 언니~
앞의 억새 무리를 헤쳐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 저 위 전봇대 나란한 곳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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