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풍경을 만나는 일은

물소리~~^ 2014. 10. 19. 20:09

 

 

 

내가 풍경이 되어 내 마음을 만나는 일이다.

 

 

 

 

 

 

박물관에서 나와 언니를 만나러 갔다.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연락을 했고,  어머니 집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어머니 안 계시는 집에서 언니와 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던 중

언니가 나랑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한다.

어딘데?

나만 따라와~~

 

감성쟁이 울 언니,

며칠 전 차를 타고 지나오던 중

우연히 창밖으로 억새 가득한 들판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언니 차 뒤를 따라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아, 그곳은 억새들이 하얗게 꽃을 피운 듯 들판을 수놓고 있었다.

정말 멋지다!

천변을 따라 조성된 오래된 길 둔덕 따라

아스라이 펼쳐진 억새의 물결~~

 

어찌 이름난 곳에만 억새가 있을까.

노란 황금벌판을 애무하듯, 간질이듯 고개 숙여 살랑이며

바닥을 드러내야 하는 약한 물줄기의 타는 속마음을 위로하는 듯

억새는 그렇게 끝없이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고 있었다.

 

60년 대 쯤의 다리일까?

川을 가로질러 놓여있었지만

이제는 풍경을 지키는 정겨움으로 눈길을 끌어가고 있다.

문득 저 다리를 건너고 싶은

용감한 두 자매는 길 없는 억새 사이를 뚫고 나아갔다.

 

우리의 키를 훌쩍 넘는 억새 대궁을 헤치며

한참을 헤매 건너편 도로로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행여 갇혀 나오지 못할까 한 순간 두려움도 있었지만

마음이야 한껏 재미도 있었다.

 

구두에 스타킹의 내 차림~~

당치 않은 행동이었지만

이 모두 순전히 가을이 시킨 일 이었다

억새는 가을의 심부름꾼이니 죄 없단다.

 

그저 용감한 두 자매의 웃음만이 유죄였다.

죄 값으로는

벌레 물리고, 스타킹 뜯긴 것~~

 

그래도 우리는

아무도 없는 들녘의 억새를 마음껏 취하고 놀면서

한 점 꾸밈없이 스스로 풍경이 되었던 가을날이었다.

 

 

 

 

 

 

 

 

 

 

 

 

 

 

 

 

 

▲ 여뀌가 탐스럽게 피어 있다.

 

 

 

 

 

 

▲ 이 아름다운 길을 그냥 놔 둘리 없었겠지만

들녘이어서일까 다니는 사람 흔적 없으니 이정표도 억새에게 기대고 있다.

 

 

 

 

 

 

 

 

▲ 울 언니~~

 

 

▲ 언제적 다리일까. 정감이 물씬 묻어난다

 

 

▲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니...

 

 

▲ 다리를 건너는 울 언니~

앞의 억새 무리를 헤쳐야 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 저 위 전봇대 나란한 곳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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