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마음따라 발길따라

대청봉 ~ 봉정암

물소리~~^ 2014. 10. 13. 14:56

 

 

 

 

시내를 돌고 돌면서 일행 42명을 태운 관광버스는 10일 밤 9시 30분 경 설악 오색탐방지원센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밤중의 여행이란 묘한 기분을 내심 숨기며 앉아 차창 밖을 응시하기도 하며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어디 집에서 자는 것만큼 편할 수가 있겠는가마는 기분과는 달리 사뭇 불편함이 뒤 따른다. 하늘에는 음력 17일 달이 둥실 떠올라 우리를 줄곧 따라오기 시작한다. 아, 내일 우리 가는 길을 밝혀 주기라도 할까? 라고 생각하니 더없이 정겹고 반갑다.

 

얼마쯤 달렸을까. 한 밤중 1시 30분경 강릉대관령 휴게소에 들리더니 아침식사란다. 엥?? 이 시간에 무슨?? 의아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익숙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어둠이 깃든 휴게소 주차장 한 곳에 관광차의 트렁크에 실린 간이식탁과 의자들을 내려놓더니 산악회에서 준비한 밥, 국, 김치, 김 등을 펼쳐놓고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침식사이며 3시부터 걸어야하는 힘의 원천이 된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 빙긋 웃음을 웃으며 동참하지만 어디 밥이 들어가야 말이지. 더구나 여기까지 오는 동안 멀미가 동하여 걱정이 많이 되었다. 행여 나로 인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지 하는 불안함이 엄습했던 것이다. 먹는 시늉만 했다.

 

밥자리를 수습하고 다시 차는 달린다. 40여 분을 달려 오색에 도착하니 아! 그곳은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차량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를 태우고 온 차는 얼른 우리 식구들을 내려놓고 빠져 나간다. 우리가 하산하는 백담사 용대리로 가서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 이곳을 얼른 빠져 나가야만 다른 차들의 사람들도 내릴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설악산에 들어가는 문 앞에 사람들은 그렇게 등산차림을 하고 운집해 있었지만 국립공원직원들은 움쩍도 하지 않는다. 새벽 3시가 되어야만 출입문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내린 시간은 2시 46분~~ 하지만 그곳에서부터 우리 일행은 흩어져 버렸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고 오직 내 옆에 앉았던 짝꿍만 딱 붙어 있었으니!! 2시 59분이 되니 직원의 움직임이 보이고 문이 열린다. 사람들은 와~ 함성을 지르며 입장을 시작하고,

 

이곳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1,200m를 오르는데 거의가 오르막길로 아주 난 코스중의 난코스다. 대신 대청봉까지 가장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자칫 무리하면 위험요소도 큰 된비알 코스다. 나는 이곳으로 내려왔을 뿐, 올라가는 길은 이 또한 처음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 속도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뿔뿔이 헤어진 일행들조차 만날 수 없으니 오직 오르기만 해야 한다. 우리는 하산하여 만나야 한다.

 

앞 사람의 불룩한 등산배낭이 내 얼굴에 자꾸만 닿고, 옆에서 자꾸 끼어드는 사람들에 밀쳐나기 일쑤인 길을 한동안 걸었다. 길이 좁아지면 일렬종대로, 조금 넓어지면 2열종대로, 걸으면서 불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모두 똑같은 입장이니 누구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하늘의 달과 별들도 아마 이곳에 무슨 난리가 났나 하며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듯싶다. 그 모습을 한 번씩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걸음을 멈추는 순간 나는 방해꾼이 될 뿐이다. 그곳에서 서 있자면 뒤 따라 오는 사람들에게 그건 크나큰 실례가 될 것이다. 그저 하늘 한 번 바라보고 달에게 우리 모습 어때? 하고 한 번씩 물어 볼 뿐, 뒤돌아보면 사람들이 머리에 둘러쓴 헤드랜턴의 불빛 행렬이 정말 신기하였다.

 

세상에 둘도 없는 명장면인 것이다. 설악의 단풍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것일까. 자연은 그저 말이 없는데 우리는 그 모습을 만나고 싶어 하고, 나 스스로를 대 자연속의 일원으로 만들고 싶어 함은, 일정시간만을 살다가는 사람들이 영원을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받잡고 싶어 하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대청봉에 6시 20분 까지 올라야 일출을 볼 수 있는데 그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았다. 처음부터 속도를 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정말 힘든 길이다. 나와 내 짝궁은 일찍이 일출을 포기하고 일정속도로 느긋하게 걷기로 했다. 하산의 약속시간을 지키기에는 충분하기에 풍경을 음미하며 천천히 걷자했다. 대청봉까지 0.7km 라는 표지판을 만난 뒤부터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한다. 일출을 포기했기에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설악을 돌아보며 걷다 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아마도 우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칭얼대는 하얀 구름 들이 내 눈 앞의 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다. 어쩜!! 그 자리에 서서 감탄을 하며 걷는 일을 잊어버렸다. 그쯤에서는 이제 길이 한산해졌다. 일찍 오른 사람도 있었고 뒤처진 사람들도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은 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天地有大美而不言)고 했다. 지금 구름은 하늘의 그림이고, 높지만 대청봉은 땅의 그림이다. 하늘과 땅의 그 말없음을 과연 내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여 그 모습만이라도 붙잡아두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신기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약 1,700m 쯤 이라면 저 구름들은 1,500m 정도의 높이에 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구름위에 떠 있구나!! 오호라!! 저 구름들은 일출의 장면도 가렸다 한다. 일찍 오른 사람들도 잠깐 붉은 기운만 보았을 뿐 구름바다에 가려 볼 수 없었단다. 아, 구름이 해를 이기다니… 아마도 많은 양의 구름을 하나의 존재인 해가 이길 수 없었나 보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서니 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지!! 가림막 하나 없는 정상에는 바람이 불고 차가웠다. 점퍼를 꺼내 입고 배회를 해 보지만 정상석를 바라볼 수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하려고 빙 둘러서 있었던 것이다. 어디 정상석만 인증샷이 될까. 우리는 운해를 배경으로 폼을 잡았다. 지난 5월, 이곳에서 저 멀리 속초 시내를 바라보았건만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 정상은 단풍도 이미 추위를 피해 아래로 내려앉았나 보다. 저 아래 중청대피소의 모습이 참 아련하다. 울컥 그리움이 밀려온다. 내 저곳에서 하룻밤을 지냈거늘…그 때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었는데… 알 수 없는, 잡히지 않는 그리움을 하나씩 들썩여 본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에 남아 있는 내 흔적을 찾아보는 일처럼 아련한 마음은 없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저 중청에서 이곳 대청까지 하루 종일 올랐다 내렸다 하고 싶음이 간절했었는데…

 

 

▲ 대청봉에 운집해 있는 사람들

 

 

 

 

▲ 대청봉에서, 정상석 대신 운해를 배경으로....

심한 바람으로 시원찮은 모자를 쓰고 있을 수 없었다.

 

 

 

 

▲ 해가 떠 올랐지만 구름의 기세는 아직도 쟁쟁하다.

 

 

▲ 대청봉에서 바라본 중청대피소

대청봉의 그림자가 아련함을 더해주었다.

 

 

 

 

▲ 소청에서

 

 

 

 

▲ 소청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용의 이(빨)만 보였다.

 

 

 

 

 

 

 

 

 

 

 

 

 

 

 

 

▲ 봉정암

 

 

▲ 봉정암

 

 

 

 

▲ 봉정암석가사리탑

 

 

 

 

 

 

 

 

 

 

▲ 사리탑 전망소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 석가탑의 자세가 참으로 단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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