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길을 찾았으니 일단 안심이 되면서 얼마나 가벼운 마음인지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이제 조금만 가면 쓰리봉이 나오며, 그 때부터는 능선을 타고 5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 되는 것이다.
줄기차게 오르막을 형성한 산줄기가 이제는 조금씩 먼 아래의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잘 올라왔음에 대한 선물을 보내주는 것 같았다. 드디어 쓰리봉(734m)에 도착했다. 쓰리봉이란 뜻은 무얼까? 봉우리가 맞긴 맞는데 뾰족하니 세워진 돌들이 그 높이를 더해 주는 듯싶다. 어쨌든 힘든 산길후의 안도감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이다. 아무도 없기에 표시목만을 사진에 담고, 산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도 도착메시지를 보냈다. 정상이 아닌데도 이쪽저쪽 뚫린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참으로 멋지다. 봉우리 바위에 우뚝 서서 앞으로 가야할, 넘어야 할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냥 푸근함으로 밀려온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었다. 이제부터 급경사 없이 오르락내리락 할뿐더러 스틱을 들면 사진 찍기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갑자기 손이 허전해지니 무언가를 꼭 빠트린 것 같은 허전함이다. 몇 번을 자리를 둘러보고 이제는 서대봉을 향해 걷는다. 묵묵한 걸음걸이에 햇살과 꽃들이 동반한다. 그들은 나의 지난날 흔적을 가지고 나를 반기는 듯싶으니 그동안 나와의 인연을 지녔다 사라진 것 모두가, 모든 것이 한 순간 그리움으로 밀려든다.
서대봉에 도착, 어쩜 그곳의 표시목은 없었다. 다만 표지판이 있었다. 누군가가 A4 용지에 서대봉 675m 라는 글씨를 인쇄하여 코팅하여 나무에 걸어두었다.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처럼 혼자 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지표인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으니 그런 사람이 바로 신선이 아닐까. 초라하기 짝이 없는 표지판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내가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보았다. 내 흔적이 저리도 고울까. 마침 전망 좋은 바위가 있으니 그곳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풍경을 바라본다. 커피 맛이 꿀맛이다.
이제 다시 걸어야 한다. 길게 뻗은 능선 중간 중간의 멋진 바위들은 훌륭한 조망처가 되어주곤 하였다. 능선인가 싶으면 쭈욱 내려가는 길이었고, 움푹 들어간 안부였다가 다시 차고 오르는 길을 이어주는 쉼 없는 변화의 길을 따라 걸으니 환한 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산등성이요 왼쪽은 절벽이기에 밧줄로 막음을 해 놓은 길이다. 아스라한 절벽의 길섶에서 자라는 풀들이 왜 그렇게도 정겨운 것일까. 하나하나 헤아리며 걸어 오르니 뻥 뚫린 평지가 나온다.
▲ 바위 사이의 길을 지나면 조금 후 쓰리봉에 도착한다
▲ 쓰리봉에서의 조망
▲ 산 허리를 따라 가는 길이 장성 갈재
전북과 전남을 이어주는 옛길, 지금도 통용되는 길
▲ 내가 가야하는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 다시 한 번 나의 목표점을 꼽아 보았다.
지금 여기서 부터 서대봉까지 약 1시간,
봉수대까지 2시간, 정상 방장산까지 2시간 40여분을 걸어야 한다.
▲ 근 2시간 만에 만나는 이정표
▲ 까치고들빼기
▲ 보아도 보아도 정겨운 모습
어쩜 내 마음 안의 찌꺼기를 모두 씻어 내주고 있는 것 같았다.
▲ 바보여뀌
▲ 며느리밥풀꽃
▲ 쥐깨풀이라고 하기에는 잎이 넘 크구나!
네 이름은 뭐니?
▲ 아늑한 산죽길
▲ 산박하
▲ 이렇게 좋은 풍경속에서는 절로 ~
▲ 실새풀
▲ 서대봉 표지판
마음으로 붙여놓은 표지판은 아마도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다.
▲ 서대봉에서 바라본
내가 넘어온 쓰리봉
▲ 방장산의 특징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참으로 좋은 것이다.
▲ 오솔길을 지키는 튼실한 구절초
▲ 반갑기 그지없는 이정표
나는 방장산 방향으로 가야한다.
▲ 봉수대에 오르기 직전 뒤돌아 본, 내가 지나온 길
연지봉을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나왔다.
봉수대에 올라서면 연지봉은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 나는 이러한 길이 참 좋더라~~
저 위 끝에 닿으니 봉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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