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길가, 산중턱, 빈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닭의장풀"
이름에서 연상되어지는 탓일까?
이른 아침 목을 길게 빼며 홰를 치는 닭의 모습처럼
새벽을 깨우고 있는 듯 길게 빼어 문 기다란 수술이 곱기만 하다.
꽃잎의 파랑이 어찌나 선명하게 비쳐지는지
파랑물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 질것 같은 맑음 속에
쑥스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이 꽃의 이름을 물었던
이제는 하늘나라에 가 있는
동생의 얼굴이 원을 그리며 사라지곤 하는 환영을 본다.
닭장 옆에서도 잘 자란다하여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을 받은 꽃은
독한 닭의 분비물에 닿으면 다른 식물들은 잘 자라지 못하는데,
닭의장풀은 상관없이 잘 자란다고 한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라는데,
이 꽃에 관심을 가졌던 동생은 왜 그렇게 그리 일찍 갔는지…
닭의장풀꽃은 언뜻 나비의 날개 같은 두 장의 꽃잎처럼 보이지만
밑으로 보일락 말락 하얗게 늘어진 꽃잎이 하나 더 있다.
두 장의 파랑색 꽃잎의 색이 정말 고우니
옛날에는 이 꽃잎으로 비단 염색을 했었다고 한다.
또한 이 꽃은 하나의 꽃에 수술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꽃가루가 있는 기다란 수술,
또 하나는 노란 꽃모양을 하고 있는 가짜수술, 헛수술인데
예쁜 모습으로 벌 나비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노력에도 활짝 핀 꽃이 수정을 하지 못하면
기다란 진짜 수술은 스스로 구부려져 자가 수정하여 개체 번식의 임무를 다한다.
암술은 기다란 수술 가운데에 조심스럽게 들어앉아 있으니
제 노릇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또한 꽃잎은 꽃이 질 때,
다른 꽃처럼 땅에 떨어지지 않고
스스로 꽃잎을 녹아내린다고 하니
작으면서도 참으로 신비한 개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흔한 꽃이다.
고집스러운 꽃이다.
난 이 꽃이 피어 날 적마다
유난히 맑고 맑은 파란 꽃잎을 보며
고집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그러면서도 묵묵히 제 임무를 다했던 동생을 떠 올린다.
▲ 밑으로 늘어진 하얀 꽃잎이 선명하다
▲ 잡풀 속에서 유독 고운 빛을 발하는 꽃
청순함이 가득하다
▲ 꽃을 떨어트리지 아니하고 꽃잎을 녹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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