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에서
다기(茶器)점 구경에 나섰다.
아담하면서 정이 듬뿍 담긴 예쁜 찻잔, 그릇들을 구경하는데
정작 주인은
손님은 나 몰라라 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살그머니 다가가 보니
작은 송이의 분홍빛 꽃들을
조심스럽게 핀셋으로 한 송이씩 집어 물위에 띄우고 있었다.
‘ 어머나! 예뻐라! ’
‘ 이질풀꽃이네!’ ' 바늘꽃 한송이가 있어 더욱 예뻐요' 했더니
나를 한번 힐끗 바라보더니
‘ 꽃을 잘 아시네요’ 한다.
계곡에 산길에 지천으로 핀 꽃들을 취하여
마음의 소꿉놀이를 하는 그 분의 정서가 나에게 말갛게 스며온다.
마음에 꽃무늬를 새기고 있는 분,
무릇 무늬 없는 삶 속에는 기쁨이 깃들지 않는다고 했다.
여유 없는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이처럼 예쁜 꽃을 띄울 수 있는 마음의 줄무늬 한 가닥 지닐 수 있다면
마음의 무늬가 빚어내는 잔잔한 감동을
누구에게나 선사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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