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감상문

헤르만 헤세의 사랑

물소리~~^ 2014. 8. 21. 16:52

 

 

 

 

 

 

 

 

 

 

헤르만 헤세가 사랑한

아니

헤르만 헤세를 사랑한

하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던 세 여인,

마리아, 루트, 니논

 

 

  아침 출근길 습관처럼 켜는 카 라디오에서 음악방송 진행자의 시작 멘트가 들려온다.  헤르만 헤세의 말 한마디를 인용하면서 그 말의 깊은 뜻을 이해시키며 동감코자 하는 내용이다. 헤세라는 말에 귀가 쫑긋해진다. 지금 읽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란 책의 내용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리라.

 

독일 출생이면서 스위스 국적을 가진 소설가이자 시인, 화가였던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작품을 남긴,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으로 명망을 떨친 작가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잘 알려진 만큼 그의 사생활은 극히 알려진 바가 없기에 그저 교과서적으로 배운 앎의 범주 내에서만 기억할 뿐이다.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헤세와 지인들 간의 편지, 문서, 일기 등을 찾아내 헤세의 이면을 그려냈다. 그 이면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헤세의 부인들, 세 명의 자취를 통해 천재 문학가라는 명성 뒤에 숨겨진 헤세의 다른 면을 부각시켰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헤세의 문학성보다는 헤세를 향한 여인들의 삶의 궤적에 무한한 연민을 느끼며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창작이라는 일에 빠져 모든 것에, 일에, 가정사에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지독한 에고이스트의 헤세, 그를 사랑하기 위해 순종하면서 모든 것을 감내한 여인들에게 무엇을 희구하는지를 묻고 싶었다.

 

헤세의 첫 번째 여인은 사진작가였던 마리아 베르누이다. 마리아는 스위스의 유명한 수학자 집안 출신이었다. 그녀는 사진작가로서의 역량을 지닌 재원으로 헤세보다 9살 연상이었다. 하지만 헤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었다. 마리아는 남편인 헤세의 재능을 믿고 그 재능을 사랑하며 헌신한다. 마리와의 사이에서 세 아들을 두지만 헤세는 가족들이 옆에 있는 것도 싫어한다.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에도 역정을 내곤 한다. 남편의 변덕증과 신경질적인 성미에 마리아는 신경쇠약증과 우울증을 앓았으며 그들은 결국 1923년에 이혼을 한다.

 

헤세는 마리아와 이혼한 몇 개월 뒤 스무 살 연하인 루트 벵거와 결혼한다. 루트 벵거는 성악가였다. 하지만 헤세는 루트와도 2년 후 또다시 이혼 한다. 루트 벵거는 헤세에게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매우 드센 여자나 아니면 지극히 순종적인 여자를 만났어야 했다" 라고  말 했을 정도였다.

 

4년 뒤에는 헤세는 또 다른 여자 니논 돌빈과 결혼한다. 세 번째 부인 니논 돌빈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았다. 니논은 헤세가 사망할 때까지 함께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끊임없는 회의와 갈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헤세와 세 여인들과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전적 소설을 즐겨 쓴 헤세는 이 모두를 책의 주인공으로, 익명으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정작 여인들은 헤세와의 사랑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어 했다. 헤세는 여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고, 그 고통에 함께 엮이면서 그 고통을 창작의 바탕으로 삼았다.

 

한 순간, 자신의 내면에 고여 있는 창작의 열정을 어쩌지 못해 몸부림치는 헤세에 연민의 감정도 일었지만 가정에, 여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에, 가족들에 대한 지독한 무관심에, 그냥 책을 읽고 있을 뿐인데도 남자들에 대한 불신감이 치밀어 오름을 어쩔 수 없었다.

 

문학적으로 평가를 받는 이면의 개인적인 생활~ 이를 그냥 창작의 열정이라고 믿기에는 그에 희생하는 아픈 마음들이 숨겨 있었음에 참 허망한 마음으로 읽었다.  540p 에 달하는 책장을 쉽게 넘긴 까닭이기도 했다.

 

 

“그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더 이상 없어.

다시는 그에게 기쁜 마음으로 굴종하지 못할 거야.

이제 그런 건 없어. 그 사람은 그냥 작가일 뿐이야.”

 

헤세의 첫 번째 부인이자

세 아들의 어머니인 마리아 베르누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

 

 

“헤세는 두통과 안질 때문에 니논이 가까이 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해세는 자신이 쓴 수필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루트가 그를 위해 수놓은 베개에 관한 이야기였다.

니논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382p)

 

현재 같이 살고 있는 부인 니논에게,

이혼한 부인이 만들어준 베개에 대한 글을 쓰고

또 건네준 헤세의 행동은 순진한 것일까?  순수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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