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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물소리~~^ 2014. 7. 22. 12:46

 

 

 

 

 

 

 

   몇 년 전 ‘일상의 관조(觀照)' 라는 민화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 더욱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한 마음으로 비추어 본다는 뜻의 관조, 이를 일상에 대입해 보면서 지극히 정적인 정서와 깊이 있는 고요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대녕의 산문집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은 그렇게 지난 삶을 관조하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적은 글이라 한다면 작가에 대한 무례함일까? 유년, 혹은 청장년, 가깝게는 최근의 추억들을 그 추억을 남겨준 한 특징의 장소, 공간에 가두어 풀어가는 이야기다.

 

2년간 한 월간지에 연재된 글들을 모은 책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나는 그 월간지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책으로 만났고 그 내용들에 이끌려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딱히 무엇이다 명료하게 기억되는 것은 없었지만 한 제목의 글을 읽을 때면 온전히 내 것처럼 몰입하여 읽었다.

 

왜 하필 ‘거기’ 여야 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한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풀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말 해본다. 까마득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우연한 장소에서 되살아 날 때의 그 기분을 덩달아 느끼노라면 소름이 오소소 돋기도 하였다.

 

이는 이야기만이 돋보이는 것이 아니고, 한 장소만이 부각되는 것도 결코 아니었다. 집, 터미널, 카페, 술집, 음악당, 자동차, 우체국 등 이야기와 장소, 공간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작가의 내면에 축적된 감성들을 풀어 주고 있었다. 작가는 이에 과거를 복원하고 삶을 복원하는 글쓰기였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들은 나의 것일 수도 있었고 내 경험과 비슷함도 있었다. 어쩌면 더 리얼한 내 것이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그렇게 흘려보냈을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었지만 작가의 그것들은 작가의 필의 힘을 받아 훨훨 날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내 지난 과거도 찬란한, 또 암울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너무 만족하면 만족한대로, 힘든 시간들 앞에서도 늘 현실에만 안주하며 지낸 날들이었다고 갑자기 회한의 감정을 떠안으며 떠올려 보기도 했다.

 

비록 글로 써 내지는 못했지만 내 지난 과거의 시간들을 관조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누려봐야겠다는 생각에 왠지 스르르 안도감이 밀려오며 책장을 덮는다. 작가의 책 여러 권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진도가 빠른 읽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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