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으로!!

단상(短想)

주어진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값어치

물소리~~^ 2014. 7. 23. 17:52

 

 

 

 

 

 

어디서는 장대비가 내린다는데

이쪽 하늘도 그 여운에 물들여졌는지 햇살이 조금은 부드러워 보인다.

검은빛 머금은 어두운 구름  때문인가 보다.

 

어두움으로 밝음을 녹이며 부드럽게 해주는 낮은 구름들은

여름 중 가장 더운 날인 대서(大暑)를  덜 사납게 해주고 있다.

24절기 중 딱 절반인 12번째 절기다.

벌써 이렇게~~

그동안 나는 무엇을 흘려보내고 남겼는지…

 

막연한 마음으로 점심시간의 여유를 느껴보려고

인근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된 공원을 찾았다.

공원 한쪽에 놓인 벤치는 주민들이 별로 이용을 하지 않는지

사람들이 아닌 풀들이 의자 위에 올라와 있었다.

 

어쩜, 퍽이나 정겹다.

지금 저들은 얼마나 신났을까.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을까.

그 사이에 가만히 앉아 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그들을 마주하며 쪼그리고 앉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면서

그냥 그 모습이 좋아 카메라에 담았다

사무실에 와서 사진을 확인해 보노라니 저들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공원에 있을 때는 하나의 의자와 풀에 지나지 않았는데

나의 사진기 안에 들어오면서부터는 하나의 작품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들은 말이 없는 대신

시각과 청각이 높아져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을 모두 보고 듣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 나와 교감이 되어 내 사진기 안에서 얌전히 그림이 되었고

나로 하여금 그들의 생각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지…

그들은 사진기가 만들어준 액자 안에서 어느새 글이 되었고 그림이 되어 있었다.

 

하나의 물건이 주어진 위치에 따라 그 값어치가 달라지는 일~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나라는 사람도 그렇게 그냥 사람 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액자에 들어갈 수 도 있겠구나.

무언가 특별함을 부여해주는 존재인 액자는

나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빚어지는 것일 것이다.